‘춘풍추상(春風秋霜)은 어디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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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의 허물에는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그릇된 습성에 길들여진 탓일까.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민주당 논평이 비판 받는 이유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 당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25일 김 전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공개하고 대표직에서 직위해제했다. 김 전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지만 사안이 엄중하다 판단, 사퇴와 무관하게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이다.

정의당이 당대표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스스로 신속하게 잘못을 밝히고 징계 조치를 취하며 당원과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한 것은 올바른 태도다.

여성인권을 강조해온 정당으로서 씻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지만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일 것이다. 김 전 대표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정의당 대표단 및 당기위원회에 엄중한 징계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정의당 사건의 불똥이 민주당으로 튀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날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논평을 낸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공교롭게도 국가인권위는 같은 날 오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사과했다.

현 정권에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은 온데간데없고 툭하면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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