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세운 거탑 세 개…남미 최고 비경
자연이 세운 거탑 세 개…남미 최고 비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51)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하나의 산에 세 개의 봉우리
북봉·중앙봉·남봉으로 불려
해발 3000m…코스는 두 개
라운드 코스는 7~8일 소요
W 코스는 4~5일 정도 걸려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쿠에르노스 2개 봉우리. 독특한 지세(地勢) 때문에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정경이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쿠에르노스 2개 봉우리. 독특한 지세(地勢) 때문에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정경이다.

남미 대륙 서해안에 얇은 오이처럼 길게 뻗어 내려온 칠레 땅, 그곳에서 남극에 가까운 맨 아래쪽 지역의 이름은 ‘울티마 에스파란사’다. 스페인어로 ‘최후(Ultima)의 희망(Esperanza)’이란 뜻. 우리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 남극에 가까운 곳이 품고 있음직한 어떤 극적인 분위기가 지명에서 느껴진다.

지구상에서 아직까지는 인간의 손때가 덜 묻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 세계의 트레커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곳이 있다.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남미 최고의 비경을 품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남단과 국경을 접하면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화강암 바위산들이 워낙 독특한 분위기라 우주선을 타고 다른 혹성에 내린 듯 비현실적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의 이름이기도 하다. 하나의 산에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어, 방향에 따라 북봉, 중앙봉, 남봉으로 불린다. 해발 약 3000m로 삼형제처럼 나란히 열 지어 있다. 산이라기보다는 뾰족하게 솟은 세 개의 거탑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토레(torre)’는 ‘탑’을, ‘파이네(paine)’는 ‘파란’ 또는 ‘창백한’을 뜻한다. 날카롭게 수직으로 솟았기에 눈이 내려도 쌓일 수 없어 늘 벌거숭이인 모습이 창백해 보이는 것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에는 두 개의 코스가 있다. 거대 바위산들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라운드 코스와 알파벳 W자 루트를 따르는 W 코스다. 전자는 7, 8일, 후자는 4, 5일 걸린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백여 킬로미터를 걷는 라운드 코스도 좋겠지만, 빽빽한 남미 여정이라면 W 코스만으로도 파타고니아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울티마 에스파란사 주(州)의 항구도시인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로 가는 관문이다. 대개는 이 도시에서 하루 이틀 머물며 트레킹 동안의 숙소를 예약하거나 산행 준비를 마친다. W코스의 총거리는 50㎞에 불과하지만 세 번의 왕복 구간이 있어 실제로 걷는 총거리는 76㎞이다. 3박 4일 여정이면 약간 빠듯하고 4박 5일이면 느긋하다.

라스토레스 전망대에 있는 호수. 호수 건너에는 토레스 델 파이네 3개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라스토레스 전망대에 있는 호수. 호수 건너에는 토레스 델 파이네 3개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1일 차 (20㎞) : 라스토레스 산장-1㎞-라스토레스 파타고니아 호텔-4.2㎞-칠레노 산장-1.2㎞-토레스 캠핑장-3.6㎞-라스토레스 전망대-10㎞-라스토레스 산장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두 시간 후 종점인 라구나 아마르가(Laguna Amarga)에 내린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출입사무소 앞이다. 간단한 입산 절차를 마치고 예약된 숙소로 이동해 배낭을 방에 풀어 둔 채 홀가분한 차림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첫날 코스는 숙소인 라스토레스 산장에서 라스토레스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왕복 코스다. 4일간 알파벳 W자 루트를 따르는 첫날은 W자의 오른쪽 날개 한 줄을 왕복하는 것이다. 

4시간 반 만에 정상에 오르면 연둣빛 빙하 호수에 이른다. 호수 건너엔 고도차 2000m를 웃도는 토레스 델 파이네 3개 봉우리가 거탑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판타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산길은 올라온 길 그대로다. 왕복 8시간 소요.

라스토레스 산장에서 칠레노 산장으로 가는 구간. 급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북봉, 중앙봉, 남봉 3개 봉우리 전경 모습.

▲2일 차 (15㎞) : 라스토레스 산장-1㎞-라스토레스 파타고니아 호텔-11㎞-쿠에르노스 산장-3㎞-도모스 프란세스

파타고니아의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실감하는 구간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대초원이 계속 이어진다. 청정 하늘과 멀리 길게 늘어선 설산들, 가까이 호수를 둘러싼 야트막한 녹색 산들, 그리고 호숫가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빨간 들꽃들이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이런 주변과 대비되는 호수의 정경은 볼수록 벅찬 감동을 준다. 이 구간의 주인공 노르덴스크홀드(Nordenskjold) 호수는 짙은 연두색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듯 에메랄드빛이다. 쿠에르노스 산장이나 도모스 프란세스 산장이 2일 차 숙소다. 편도 5시간 소요.

▲3일 차 (21㎞) : 도모스 프란세스-2.5㎞-이탈리아노 캠핑장-2㎞-프란세스 빙하 전망대-3.5㎞-브리타니코 전망대-5.5㎞-이탈리아노 캠핑장-5㎞-스콧츠버그 호수 전망대-2.5㎞-파이네그란데 산장

W자의 가운데 두 개의 변인 프란세스 계곡을 거슬러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코스다. 대개의 트레커들은 이탈리아노 캠핑장 한구석에 배낭을 두고 정상을 다녀온다. 분실 도난의 위험이 많은 남미에선 특이한 풍경이다. 셋째 날은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Cuernos del Paine)의 두 봉우리가 주인공이다. 오로지 파타고니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쿠에르노스 북쪽봉과 중앙봉의 자태가 너무나 특이해서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거대한 페외 호수 앞에 이르면 드넓은 캠핑장이 딸린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나타난다. 총 9시간 소요. 

▲4일 차 (23㎞) : 파이네그란데 산장-3.5㎞-로스파토스 호수-7㎞-그레이 산장-1㎞-그레이 빙하 전망대-1㎞-그레이 산장-10.5㎞-파이네그란데 산장

W자의 왼쪽 날개를 올랐다 내려오는 왕복 구간이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그레이 빙하 전망대까지이다. 고도차 200m를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라 큰 부담이 없다. 거대한 바위 위 전망대에 이르면 그레이 호수와 맞은편 빙하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비취색 유빙들은 회색의 호수 물과 어울려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왕복 8시간 소요.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하산한 후에는 하루 세 편 운행하는 배를 타고 페와 호수(Lago Pehoe)를 건넌다. 푸데토(Pudeto) 선착장에 내리면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가는 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대기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