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平常心)을 잃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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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 득달같이 사람을 괴롭히는 지독한 질병입니다. 그것이 뚫어놓은 터널에 갇혀 허둥대며 그새 일 년이 지났습니다. 단지 시간만 흐른 게 아닙니다. 힘이 다 빠져나가 지치고 무기력해졌습니다. 고단하고 울적한 한 해였지요

그런데도 한 줌의 볕, 한 줄기 빛이 들지 않는 음습한 터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어둡고 가파른 길목에서 길게 목 빼고 출구를 찾아 헤매는 와중입니다. 백신이 나왔다지만 방역에 소홀해선 안될 것 같고요. 더욱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소리 없이 언제 또 그 세계적 대유행이 닥쳐올지 모르는 이 시국의 불확실성에 불안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세계의 누적 사망자가 211.5만 명, 우리나라가 1337명입니다. 세계 제2차대전의 인명 피해도 이만하지 않았습니다. 희생자들 앞에 숙연히 옷깃을 여미며,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계제에 우리가 와 있지 않은지요.

지난 일 년, 우리는 질병과의 악전고투 속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낯선 말, 집콕은 위리안치에 조금도 다름없습니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있으니까요. 사회라는 관계망이 헐려 너덜거리니 사람의 삶이라 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더욱이 너나없이 마스크라는 탈을 써 누군지 알아볼 수조차 없는 사람들의 진귀한 거리 풍경,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두꺼운 단절의 벽, 몇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그동안 참 어렵게 살았습니다. 힘들었는데 그나마 잘 견뎌냈습니다. 일상은 멈췄고 하던 일에 손 놓았고 못 가고 못 하면서 만남까지 유보했지요. 그리운 것을 그리워할 뿐 밖으로 나가지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동동 발만 굴렸던 우울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일 년을 그렇게 속절없이 보냈습니다.

유령의 도시같이 인적 끊긴 길, 찾아오는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다 지쳐버린 시장 상인들의 허망한 눈빛, 가게 하나에 매달려 가족을 먹여 살린다고 허리띠 졸라매던 소상공인들에게서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

사람으로 북적이던 명동, 인적이 끊어진 텅 빈 거리를 TV로 보다 눈을 감았어요. 을씨년스러워 차마 더는 볼 수 없더군요. 떵떵대던 갑질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겠다고 손 비빈다지만, 이제 가게는 셔터를 내렸습니다. 손님이 있어야 장사를 하지요, 길바닥을 훑고 지나는 삭풍이 스산한 이 겨울, 명동만 그런가요. 아닙니다. 어느 곳이나 더하고 덜할 것 없는 통제 불능의 상황입니다.

입학식도 못한 학생들에게 억지로 원격수업이란 걸 시키더니, 이젠 졸업식도 온라인으로 합니다. 비대면 졸업식이지요. 친구들과 마주해 석별의 정을 나누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슬픈 시대의 불행한 아이들이지요. 학창 시절 추억의 갈피에 남을 수학여행도 소풍도 입학식도 졸업식마저 못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로할 한마디 말을 못 찾습니다. 나잇값 못하는 어른의 처지가 참 민망하군요.

어떤 상황에서도, 가령 그것이 생사를 가른다 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마음을 평상심이라 합니다. 코로나19에 휘둘리지만, 더는 동요되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의 균형이 깨지면 더 큰 실패를 부를 수 있으니까요.

정신을 추슬러 이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흰 소의 기’를 받아 머잖아 음습한 터널에 출구가 열려올 것입니다. 여러분, 부디 평상심을 잃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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