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45억원에 감춰진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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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2015년 2월 초 10여 대의 자가용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해 2월 12일 1조7000억원을 들여 건립하는 제주신화월드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화권 부호들이 전용기를 몰고 오면서 벌어진 일이다.

제주 첫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를 조성한 양즈후이 회장은 1971년생이다. 36살이던 2007년 고향인 안후이성에서 부동산투자에 이어 물류·광산·미디어산업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다.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란딩그룹의 총자산은 2조원이 넘고 자회사는 21개에 이른다.

2018년 3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신화월드 랜딩카지노가 개장했다. 영업 4개월 만에 369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잭 팟을 터트렸다. 호사다마인가. 양 회장은 그해 8월 캄보디아 공항에서 체포된 후 행적을 감췄다가 3개월 만에 풀려났다.

당시 외신들은 “양 회장 실종이 중국 최대 자산관리공사인 화룽그룹 라이샤오민 전 회장 부패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 전 회장은 최근 부패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당국의 눈치 때문인지 중국 ‘큰손’들은 랜딩카지노에 발길을 뚝 끊었다. 카지노 한 달 매출이 한때 마이너스 30억원까지 추락했다.

양 회장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4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잠수장비 기업의 주가조작 사건 혐의로 중국 증권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약 보름 뒤 랜딩카지노 소유주인 홍콩 란딩인터내셔널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1월 4일 145억6000만원의 자금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자금 담당 직원을 찾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라진 145억원은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5만원짜리 신권으로 29만1200장이었다. 무게만 290㎏에 이르는 돈뭉치가 금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자금관리인 A씨(55·여)다. 공범인 30대 중국인 2명은 중국인 VIP고객을 유치하는 전문모집인(에이전트)으로 밝혀졌다.

앙 회장의 측근이자 홍콩 본사에서 파견된 A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휴가를 간다며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중국인 공범 1명도 이미 중국으로 잠적했다. 국내에 체류했던 1명은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을 맡은 제주경찰청은 사라진 145억원 중 90%인 130억원을 찾았다.

카지노 VIP고객 개인금고에서 81억5000만원을, 자금관리인 A씨가 머물렀던 제주시 모처 등에서 45억원의 돈다발을 발견했다.

하지만 도난사건의 전모, 돈의 출처, 돈의 소유자는 베일에 싸여있다. 양 회장의 돈이라는 설과 중국 당국의 감시망 때문에 VIP고객이 갖고 가지 못한 돈이라는 소문 등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제주신화월드에서 최고위직에 올랐다가 1년 전 퇴임한 L씨와 통화를 하게 됐다. 양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는 “양 회장은 제주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100대 부동산기업 오너이자 나이가 쉰 살이어서 재기할 수 있는데 145억원을 갖고 문제를 일으킬 분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수 조원을 보유한 재력가가 소탐대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누구에게는 껌 값일지 몰라도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이다. 감추려 들면 더 큰 화를 부른다.

올해부터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은 왜 입을 닫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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