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죽음의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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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봉사자님들 전원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었습니다. 검사 받으시고 결과를 통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멀리에 있으리라고 여기면서 애써 외면하던 공포의 그림자가 우리의 발등을 뒤덮었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곳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감염자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직 간접적으로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 진단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어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다음 날 제주시보건소로 갔다. 점심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라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선 여자 분들은 최근 사우나에 다녀왔다가 이런 곤욕을 치른다며 이런저런 불평과 불안을 쉬임 없이 늘어놓는다.

야외 천막동에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코와 입에서 검채물이 채취되자 참으로 간단히 끝났다. 전 과정이 10분 남짓 소요되었다.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의 저력이 역력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귀가 후 일각이 여삼추처럼 짧지만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심으로는 그 사이에 적잖게 오름으로 모임으로 나다니던 일들 때문에 많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 세상의 재앙이다 보니 나에게만 예외일 수 없으리란 두려움이 엄습했다. 잠이 드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새벽녘에 메시지를 받았다. 모든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했다. 안도하고 감사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적게는 한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전 세계가 너무도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천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21세기 들어 1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생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간 두 종의 바이러스가 있다. 사스와 메르스였다. 그리고 다시 코로나19.

20031, 중국 광둥성 지역의 한 병원에 심한 기침과 고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실려 왔다. 서른일곱 살의 새우장수라고 알려진 남자는 비전형폐렴(非典型肺炎)의 증상을 보였다. 기침을 할 때마다 그의 폐를 가득 채우고 있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공중으로 퍼져나갔고, 이 새로운 사스 바이러스는 세계 37개국에서 775명의 삶을 앗아가고 종적을 감추었다.

20126,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에서 정체 모를 폐렴에 시달리던 60세 남성이 숨졌다. 이 폐렴 증상은 사우디 전역으로 확산되어 갔고, 우리나라에서도 186명을 고통 속에 빠트렸고, 이 중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이 폐렴 바이러스 메르스(MERS)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섬뜩한 죽음의 왕관, 코로나바이러스는 1937년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2019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보고하기 전까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동일 바이러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스테판 회장은 “SARS-CoV-2(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별만큼 많은 바이러스들, 그러나 1억 명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를 다 합쳐봐야 한 손 바닥에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운 1Kg의 무게다. 정작 자기 혼자 살수도 없어 다른 매체에 숙주로 기생해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선에서 겨우 명맥을 잇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보면 창조주의 절대성과 인간의 한계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경외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생존 방법은 단순하다. 자연을 지배하지 말고 자연에 적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익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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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철 2021-02-20 07:50:28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