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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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1997년 11월. 그해는 나라를 휩쓴 외환위기로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 닥쳤다. 세금을 쏟아부어 겨우 파산을 면한 은행들은 돈줄부터 조였다. 자금이 마른 기업마다 버티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도산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졌다.

그때 유행한 말이 구조조정이다. 누가 지었는지 용어만 보면 경제학 용어처럼 그럴싸하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실상은 임직원을 쫓아내는 일이다. 그 결과는 노숙인으로 전락한 가장들이 거리마다 넘쳐났다. 그 혹독한 풍찬노숙을 어찌 이겨냈던가.

사오정 역시 그때 회자된 말이다. 45세 정년이라는 비아냥 투의 뜻을 담았다. 그러더니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지나 지금은 졸백(졸업하자 마자 백수)이라는 마당이다. 집에 있는 그런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은 찢어진다.

▲실업자를 규명하는 데도 여러 접근법이 있다. 신규와 장기로 구분하는 게 기본이다. 통계청은 3, 6, 12개월로 나눠 실업기간을 집계한다. 통상 구직기간이 3개월 미만은 신규실업자, 6개월 이상이면 장기실업자로 본다.

정책 입안 측면에서 볼 때 실업 종류는 더 다양해진다. 수요 부족으로 일자리가 줄면 비자발적 실업자요, 일자리는 있으나 임금 수준이 낮아 취업을 피하면 자발적 실업이 된다. 건설업이나 농수산업계선 계절적 실업도 상존한다.

불황기에는 근로자가 가진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줄게 돼 잠재 실업이 증가한다. 저성장이 길어질수록 구직단념자가 증가해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실업은 재앙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요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업급여에 의지해 생활하는 제주도민이 작년 한 해 1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전년 5만7100명과 비교해 75%나 늘었다. 지급액도 156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전국적으로도 각각 60만명·12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2017년 10조원이 넘던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이 작년 말 7조8301억원으로 해마다 급감한다는 점이다. 늘어난 씀씀이 탓이다.

이로 볼 때 실업보험 확대나 세금을 동원하는 관제 일자리로는 한계를 드러낸다. 한두 달만 월급이 끊겨도 마이너스 통장에 기대는 게 서민가계다. 진부할진 몰라도 양질의 일자리보다 나은 복지는 없지 싶다. 구직자로서도 연봉·시간 모두 만족스러운 직장은 어디에도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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