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학교장 제외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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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

20여 년 전, 청소년단체 대원들과 캠핑을 가서 지도교사들과 정보교환을 하다가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청소년단체의 교외활동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고 활동을 불허한다는 말을 듣고, 비교육적인 철학을 가진 교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교외활동을 억제한다면 호연지기를 키워주려는 청소년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스컴을 보면 안전사고는 매일 같이 일어난다. 잠깐의 실수이거나 안전사고 방지 교육의 미흡, 사고방지 시설의 부족, 자연재해 등 사고마다 다른 원인이 있다. 공장이나 공사현장, 교통관련 시설, 산업시설 등에서는 빈도가 높다. 학교에서도 학교시설의 미비나 학생들의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안전공제회가 생겨 교육 활동 중의 사고에 대처하고 있다.

제주학생문화원 광장에서 산업재해로 운명을 달리한 실습생의 동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소홀한 안전관리 때문에 채 피어보지도 못한 고등학생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구의역 사건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작업의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작업을 하던 인턴사원이 사망한 사건 등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고, 가족들의 눈물과 항의를 보며 안전사고에 소홀한 관리자에 대하여 분노를 느낀다.

근로자가 죽거나 다쳤을 때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재계나 노동계 모두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자는 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노동계는 ‘반쪽짜리’ 법이라며 반발하고, 재계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할 만큼 처벌이 과도하다는 입장이어서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보기 때문에 격차가 생기는 듯하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으로 학교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에 학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면 학교장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학교장에 대해 교육시설법 등 책무와 처벌이 규정돼 있는데, 중대재해법까지 적용할 경우 이중처벌을 받게 된다. 공립학교 학교장은 교육감으로부터, 사립학교 학교장은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 때문에 중대재해법까지 적용하면 학교장의 처신만이 아니라 교육과정 수행에도 지장이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징역 1년 이상이거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니 과도한 졸속 입법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항거이다. 만일 학교장에게 그런 책임이 지워진다면 소극적인 교육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학교의 교육 활동의 교실에서 강의나 토론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청소년단체의 활동은 열외로 치더라도 체육 활동, 급식, 방과후학교, 현장체험학습 등의 다양한 교육 등이 위축될 게 뻔하다. 특히 특목고의 현장실습은 사멸되고 말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은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제주교총 또한 중대재해법으로 학교장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바라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학교 교육과정이 위축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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