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화술
유머 화술
  • 제주일보
  • 승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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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우리가 사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것이 필요한데 그 필요성을 정작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말’이다.

아침에 깨어서 잠들 때까지 숨 쉬는 것 다음으로 많이 하게 되는 반복 행동이 말이다.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에선 상황을 조금만 잘못 파악하고 농담을 했다간, 남은 바빠 죽겠는데 ‘실없는 농담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욕을 얻어먹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생활이 바쁘고 삭막해질수록 유머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쌓인 스트레스를 반으로 줄여 주는 특효약이다. 웃음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다.

유머화술은 생활 속에서 모든 것을 쉽게 풀리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구미사회에서는 연설이나 인사말에서 웃기는 대목이 없으면 실패작이라고 한다. 포드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난 포드지 링컨이 아닙니다”라고 해서 참가자를 웃겼다고 한다. 포드는 대중차량, 링컨은 고급차량을 의미하며 또 과거의 링컨 대통령과도 연관시킨 말이다. 의미를 알아차리면 웃지 않을 수 없는 유머 화술이다. 유머화술을 중요시하는 구미사회에서는 유머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미국에 건너간 일본의 모 장관이 만찬 후의 연설에서 30분간 전혀 청중을 웃기지 않고 원고를 읽었을 때, 미국인 기자가 “소화가 안 된다. 이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다”라고 한 말은 유명한 일화다.

생활 속에서도 유머 감각만 살아있으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음을 다음 예에서 알 수 있다.

결혼 날짜를 잡은 청년이 총각 친구와 만났다. “드디어 총각을 면하고 마누라를 얻기로 했네.” “뭐? 마누라를 얻어? 큰일 난다. 큰일 나!” “무, 무슨 소리야?” “처녀를 얻어야지, 마누라를 얻으면 되나?”

어느 재미 수필가는 미국 시민권 시험에 대한 글을 썼는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팔십이 다 된 장모의 시민권 시험 재수 때였다. “시험관에게서 프레지던트(대통령)라는 소리가 나오면 무조건 조지 워싱턴이나 아브라함 링컨, 둘 중 하나를 하세요.” 여자 시험관은 웃으면서 “이 할머니는 1년 6개월 후에나 시험을 치르도록 하세요”하더란다. 바꾸어 말하면 그때는 한국말로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기니 그때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사위가 영문을 몰라 하는데, 그 시험관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할머니가 들어오셔서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플리스 싯 다운(앉으세요)’했더니 할머니가 ‘아브라함 링컨’하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잘못 알아들으신 줄 알고 다시 한 번 ‘플리스 싯 다운’하니까 ‘조지 워싱턴’하고 대답하시는 거예요.”

어느 유머 코너에는 ‘가짜 휘발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이겠느냐’를 묻는 질문을 했다. 유머 감각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진짜 휘발유’였다. 가장 쉽게 생각하기 쉬운 물을 많이 넣으면 자동차가 시동도 잘 안 걸려서 대번에 가짜 휘발유임이 드러날 테니까.

유머 화술은 어려운 상황을 재치 있게 넘기는 슬기를 배우게 한다. 한 번 웃을 때마다 한 번 젊어진다는 옛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웃음은 생활 속에서 어려운 실타래를 풀어가는 시초가 된다.

올해는 웃음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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