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역할에 대한 교육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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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국, 시인·교육학박사/논설위원

어떤 부잣집 아저씨가 길에서 노숙하며 책을 읽고 있는 청소년에게 “너는 집이 없어서 참 안됐구나”라고 했다. 그러나 그 청소년은 “아녜요, 우리는 가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직 그 가정을 넣을 집이 없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자포자기하지는 않는다. 부자로 산다고 해서 반드시 너그럽고 착한 것만도 아니다.

집과 가정은 일반적으로 같은 뜻으로 이해 하지만 부디 구별하자면, 집이 건축자재를 모아 지은 house의 개념을 갖고 있다면, 가정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부모와 그 자녀들을 포함한 생활공동체로서 창조되는 home으로서의 역할에 가깝다고 하겠다.

요즘 가정이 있는 듯하지만 집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이외의 사람과 교섭하는 곳은 바로 가정이다. 그러므로 가정은 인간되기를 배우는 최초의 학교이다.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를 어려서부터 배워 몸에 익히게 하는 곳도 바로 가정이다.

프랑스의 바슈라르(G.Bachlard)는 “인간은 가정안의 존재”라고 하였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기 때문에 생활의 전반을 지탱해 줄 만큼 애정과 희망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가정이란 엄부자모, 경로효친, 장유유서 등으로 요약될 만큼 그 틀이 보수적이었으나 이러한 가정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근래에 들어서 더 진취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모는 자녀가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나의 소유물인양 착각하고 자녀의 문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교육관이 팽배하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는 아동 학대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권위적인 소유관에서 비롯되는 가장 치명적인 사회문제가 아닐까. 아동학대의 가해자중 80%가 친부모나 가족 중에 있다는 통계를 보면 자녀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더 이상 자녀교육이 훈육과 사육의 개념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자녀들이 방황하고 문제를 낳는 일차적인 시점이 가정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정은 어떻게 올바른 교육의 장으로 새롭게 재구성 되어야 할까.

먼저 전통적인 대가족시대의 교육관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핵가족시대의 개인의 재주와 능력을 발휘하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 또한 상명하복, 장유유서의 수직적 윤리를 뛰어넘어 민주적이며 인격적 존엄을 지향하는 수평적 가정으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지시와 순종보다는 협의와 참여가 필요하고, 넘치는 사회의 정보를 함께 찾고 교환하는 정보교육의 장, 육체적인 건강을 넘어 정신건강의 최적지로서의 가정의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가정은 언제나 믿음직한 발판이 되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은혜의 장소로 인식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파워즈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하러 갔는데 케네디 대통령은 딸 캐롤라인을 무릎에 앉혀놓고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도 가정 안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가정생활의 기쁨이 우리의 미풍양속의 바탕위에 새로운 정신문화의 뿌리가 되도록 가정의 교육적 역할을 재 논의하는 시대적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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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도사 2021-02-16 08:46:21
맞아요.
사회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초(기본)이 가정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Pn 2021-02-16 09:25:56
이시대의 참교육자의 메시지 십니다

김영주 2021-02-16 12:52:11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