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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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중국 연변 룡정고급중학교 교장 일행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다.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가는데 한 분이 참 이상합니다. 상점 간판들이 우리말이 아닌 것이 많이 보입니다. 왜 이렇습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나름대로 설명을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우리말에 대한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냐.” 고 되물었다.

독일 학자 홈볼트는 모국어는 세계관(世界觀)이다.’라고 했다. 자기네 언어 속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뿌리다. 그 뿌리에 기대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한국말의 창의성과 과학성, 편의성을 세계적으로 자랑해온 지 오래다.

그러나 외국어의 범람으로 쉼 없이 잽을 얻어맞고 있다. 거리의 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랑블루’, ‘네코야티하우스’, ‘꽁떼네트등 국적 불명의 외국어로 쓰여 있다.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TV나 언론매체 역시 우리말을 다듬고 가꾸어보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보다 세련되고 젊은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외국어를 자주 통용하는 일이 다반사다.

TV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뉴스 데스크’, ‘뉴스 투데이’, ‘뉴스라인’, ‘정보데이트’, ‘뉴스 이브닝등 거의 외래어와 외국어로 된 제목들이다. 그리고 가수나 배우들도 한국식 이름보다는 외국어로 이름을 달고 있다. 그래야 세계화 마당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줄임말이 일반화되는 경향도 큰 문제다. ‘미투(MeToo)’, ’내로남불‘, ’피미족(피서처럼 미세먼지를 피해 다니는 사람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등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지자체는 지역소개를 위해 누리집(홈페이지)블루시티(Blue-city) 거제', '로맨틱(Romantic) 춘천', '원더풀(wonderful) 삼척', '레인보우(Rainbow) 영동', '드림허브(Dream hub) 군산'...과 같이 외국어로 홍보하고 있다.

입으로는 나라 사랑, 한글 사랑을 외치면서 거꾸로 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세계화의 마당으로 나가는데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뿌리마저 흔들게 만들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때문에 한국말이 영원히 보존 발전되고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성세대나 신세대 할 것 없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겨보아야 한다. 한국말의 주체성을 살리는 일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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