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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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주홍글씨는 간통한 여자에게 그 벌로써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첫 글자인 ‘A’를 주홍색으로 달아줬던 것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의 식민지 시대 영국의 청교도들이 정착했던 보스턴에서 행해졌다. 1850년에 발표된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란 작품에서 비롯됐다.

용서받지 못할 죄악의 상징으로 부도덕한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효시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죄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동안 따라다니는 ‘꼬리표’를 일컫는 관용어로 널리 쓰인다. 전과, 낙인 등과 같은 의미다.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줄여서 ‘학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흡연, 음주, 도박 등 여타의 청소녀 범죄와 달리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학교를 지옥으로 만들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긴다는 점에서 아주 끔찍한 범죄행위다.

▲최근 배구계가 학교폭력 사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학폭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잇따르면서 V리그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간 게다. 그중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중학교 시절) 학폭은 충격적이다. 국가대표팀의 기둥이자 여자배구 인기를 주도하는 스타 선수여서다.

쌍둥이 자매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두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과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각종 방송·광고 등에서도 퇴출됐다. 7시즌 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폭로 닷새만에 무너진 셈이다.

▲학폭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되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쌍둥이 자매가 한 순간에 몰락한 이유다. 그만큼 학폭은 요즘 세대들이 가장 분노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 중 하나다. 이제 그들의 앞길엔 학폭 가해자란 전력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붙게 된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학폭 미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 운동부에 일상화된 지 오래서다. 그런 점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배구계를 넘어 사회 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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