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준비하며
일상을 준비하며
  • 제주일보
  • 승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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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긴 연휴를 제주에서 혼자 보냈다.

미뤄뒀던 화장실 락스 청소도 하고 명절 선물로 받은 고기로 요리도 해먹었지만, 넷플릭스가 아닌 가족과 명절을 함께하고 싶었다. 이번 설에는 엄마가 만들어주신 떡국을 못 먹었으니 내 나이는 작년 그대로라고 생각하며 혼자 쓸쓸히 웃기도 했다.

참 지긋지긋하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건 이제 관리를 포기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명절이 돌아오니 아물지 않은 상처가 덧난 것처럼 다시 힘들어진다.

제주 입도 13년차. 가족과 어릴 때 친구들과 추억은 모두 서울에 있다. 명절은 ‘혼자’라는 생각을 증폭시켜 조금 우울했고, 인간관계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극단적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만든 우울증, ‘코로나 블루’다.

소중함은 충분히 깨달았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소중함도, 혼자라는 생각도 이제 그만 깨닫고 싶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 모두 비슷한 마음 일게다. 하지만 그 다음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경부터는 한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다시 우리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곳곳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왔을 때 꽃샘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 것처럼, 일상이 가까이 돌아왔다 느꼈을 때 사람들은 그 동안의 긴장을 놓아 신체적으로 특히 감정적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이지만,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은 본인은 안전하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방역수칙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면서 지낼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언론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이러한 방역수칙을 넘어, ‘일상을 준비하는 기간’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교통사고 후 재활을 거쳐야 건강했던 모습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당연한 듯 아무 준비 없이 맞는 일상이 아닌, 준비하고 맞는 일상으로, 그렇게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을 정부와 언론에서 국민들에게 교육시킨 것처럼, 백신 접종 이후 돌아올 일상을 맞는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코로나 블루’ 이후의 ‘코로나 없는 블루’ 대응책이라고 할까.

제주에서도 1차 접종을 맞는 사람이 3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그 다음 접종 대상자는 종합병원과 병원 등 고위험 의료기관 의료종사자들이라고 한다.

아직 ‘일반인’이 접종할 시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때까지 백신접종 전후의 생활수칙 안내를 넘어, 극도의 긴장 이후 돌아오는 회복기에 불쑥 찾아오는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길 바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모두 바로 시작될 백신 접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겠지만, 제주에서 만큼이라도 도민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고 준비해줬으면 좋겠다. 제주는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 특히나 섬이라는 특성에 ‘갇혀있다’ ‘상황이 악화되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극단적 공포를 많은 도민들이 느끼기도 했었다.

백신접종 시작으로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봄. 봄의 우울증이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 더 건강한 제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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