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 부부싸움 줄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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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설 연휴기간까지 연장돼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유지됩니다. 직계가족이라도 같이 거주하지 않으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부득이 이번 설 명절 차례는 각자의 집에서만 지내고, 과세는 다니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양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지난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제주지역의 한 문중회가 친척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설 명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종전과 다른 설 명절이었다. 코로나19가 제주의 전통적인 설 명절의 모습을 확 바꿔 버렸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에 따라 같은 주소지가 아니면 부모 자식과 형제자매 등 직계가족이라도 모임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제주의 설 풍습이 크게 변했다.

추석과 마찬가지로, 제주의 설은 각 집안에서 1년 동안 지내는 제사를 한꺼번에 치른다. 한 집안의 큰형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사를 모시고, 동생이 부모의 제사를 모신다면 설과 추석에 큰형 집에서는 조부모 명절 제사가, 동생 집에서는 부모 명절 제사를 모신다. 그럼 아침에 동생네 가족들이 형네 집으로 가서 명절을 지낸 후 큰형네 가족과 동생네 가족 모두 동생 집으로 모인다.

이렇게 사촌, 팔촌 등 가까운 친척끼리 아침부터 서로의 집을 찾아 명절을 지내고, 세배를 하는 것이 제주의 설 풍습이다.

친척 네 집안을 모두 순회하고 나면 오후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남자들은 친척 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오랜만에 친지들과 만나 음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주부들에게 추석과 설 명절은 잔인한 시기다.

집을 방문하는 수많은 친척들에게 대접할 엄청난 양의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명절 전날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고, 명절 차례가 끝난 후에는 엄청난 양의 설거지가 기다린다. 이처럼 명절 때만 되면 남자들은 모두는 주부들만의 스트레스.

이로 인해 심한 경우 병원을 찾기도 하고, 평소에는 그냥 넘길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져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절 후에는 이혼소송이 증가하다고 한다. 명절증후군이 단란한 가정을 파국으로 내모는 형국이다.

하지만 올해 설 명절에는 각 집안마다 부부간에 언성을 높이는 일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국민에게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게다가 직계가족이라도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강력히 권고했다.

이 때문에 친척 집안을 순회하며 설 차례를 지내는 제주의 전통적인 명절 모습인 ‘과세’는 많이 생략됐고, 대부분이 각자 집에서만 명절 차례를 지냈다.

올해 같은 설명 절을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바로 주부들. 엄청난 양의 음식 준비 부담에서 해방됐으니 함박웃음이다.

남자들 역시 오랜만에 친지들과 만나지 못해 다소 섭섭해 하면서도 간소화된 설 명절을 지낸 것에 대해 내심 반기는 모습들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명절 풍습도 간소화 했으면 하는 반응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설과 추석 명절뿐 아니라 장례 문화와 결혼식 문화도 겉치레의 허례허식과 각종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가족끼리 치르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명절을 비롯한 관혼상제를 그동안의 틀에서 벗어나 간소하게 치르면서, 친척, 주변 친지들과의 유대감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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