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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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대재난을 다룬 영화를 보면 누구를 먼저 구하느냐는 딜레마가 곧잘 등장한다. 태양 활동으로 인류 종말에 가까운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2012’를 보자. 커다란 4개의 방주에 각국 고위층과 배 제작에 돈을 댄 부자들을 태운다.

혜성과의 충돌 후 엄청난 재난을 다룬 ‘그린랜드’에선 의사와 간호사, 건축가 등이 한정된 비행기에 탑승하는 행운을 누린다. 파괴된 지구를 복구할 때 필요한 인력만은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측한 듯 그려낸 영화 ‘컨테이전’에서도 비슷한 고민에 봉착한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수량이 한정돼 접종 우선순위를 추첨으로 정한다. 여러 논리의 당위성이 있겠지만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는 이치로 따지면 추첨만한 결정이 없을 성싶다.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도 접종 순서를 정하느라 고민이 많았다. 코로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 인력이 우선이라는 건 공통분모다. 그러나 백신 접종의 목표와 나라 사정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양하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개시한 영국은 의료인과 노인들을 맨 앞줄에 세워 코로나 희생부터 줄이도록 했다. 프랑스와 일본도 비슷한 처방전을 썼다. 미국 뉴욕주는 교사, 운전기사, 식료품 점원이 먼저 백신을 맞도록 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 피해가 컸던 유색인종을 먼저 챙겼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토착 원주민들을 우선 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거 신종 바이러스 확산 때처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 경찰 소방관 등 사회유지 인력, 피해가 큰 집단 등 3그룹에 우선 접종을 권했다.

▲우리는 어떤가. 다음주부터 최고 위험군인 65세 이상 고령층에 접종하려던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신 요양시설 내 65세 미만 종사자와 의료진 등 28만명에 우선 접종한다. 당초 78만명 계획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는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와도 정면 배치된다. 첫 접종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국민 신뢰에 금이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된 고민 속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정치공학적 안이한 사고에 내몰린 게 아닌가 싶다. 뭐니 해도 코로나 백신은 공동체 복원의 키워드다. 차제에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분 원칙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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