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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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가장 제주다운 날씨를 꼽는다면 강한 바람과 집채만 한 파도, 그리고 흔들리는 워싱톤야자수를 볼 때다. 제주에 정착한 지 삼십년이 넘었지만 날씨와 친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예쁜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는 자연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모든 존재는 흔들리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어깨가 아픈지 오래다. 회전을 담당하는 조직에 문제가 생겼나 보다. 한 동작을 위해 여러 근육이 서로 협조해야 하는데 제각각이다. 그로 인해 어깨 연결 부위마다 찌릿찌릿한 불쾌감과 돌덩이로 찍어 누르는 것 같은 아픔으로 고통스럽다.

“석회가 쌓이고 힘줄이 유착됐네요. 꽤 오래 됐습니다.” 꽤 오래되다니,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감각의 대상인 지각 기관에 문제가 있는 걸까. 의사가 한마디 덧붙인다. “치료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운동 열심히 하세요.” 그로부터 병원에 다닌 지 1년, 더딘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어깨 구조는 대단히 복잡하다. 승모근, 삼각근, 견갑근…. 삼각근이 아플 거라며 소원근이나 대원근을 치료하기도 하고, 능형근이 굳어 있다고 다른 부위를 살핀다. 약한 곳엔 힘을 보태고, 단단해진 곳은 부드럽게 풀어주며 몸의 균형을 맞추어 간다.

수지침을 배울 때다. 신체의 오장 육부가 손바닥에 있다며 수십 개의 침을 꽂았다. 쑥뜸까지 뜨고 나면 손이 얼얼했다. 아픈 이들을 돕겠다는 야심 찬 꿈에 이렇게 따가운 아픔이 올 줄이야. 수지침을 놓는 목적은 신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강사의 말이 머리에 침으로 박혔다. 균형은 조화다. 튼튼한 몸과 건강한 마음이 조화로울 때 그 아름다움이 한층 빛나리라.

두 발을 땅에 딛고 한쪽 발을 들어 보자.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많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다면 대충 건강하다는 뜻이다. 균형이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조직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이루어지는 질서다.

우리는 지금 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화로운 일상이 붕괴되고 삶의 구조가 바뀌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나타난 여러 현상들이 있는데, 소비하는 생활로 자신을 위로하는가 하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한 자녀가 갑자기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도전하더니 자신감을 얻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는 희망적이다.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젊은 층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야만 하는 시대, 폐업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문을 굳게 닫아버린 상가, 쳐다보지도 않던 주식을 기웃거리며 대세에 편승하는 이들 모두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내면의 흔들림에서 오는 조화의 불균형이다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의 힘. 내 인생의 크기와 깊이를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넘치는 것은 버릴 줄 알고, 부족한 것들은 채워 가며 조화로운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건강함이란 서로 상생하는 관계다. 균형의 아름다움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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