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개정: 일본에서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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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논설위원

지난 2월 26일 제주4·3특별법전부개정법률(이하 개정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정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5년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성사된 쾌거라 하겠다. 그동안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 인사들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와 사의를 표한다.

개정법 제정의 경위와 내용에 관해서는 본지 2월 26일 자 ‘제주포럼’에 실린 김재범 편집부국장의 글에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개정법에 명시된 정부차원의 추가 진상 조사나,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의 특별지원’, 그리고 군사재판 수형인의 일괄 특별재심 등의 조항들은 일본에 사는 희생자 유족이나 그동안 4·3운동에 관여해 온 재일 제주인들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규정들이고, 향후 일본에서의 4·3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런 한편, 개정법 내용을 제일 제주인의 시각에서 살펴볼 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지 ‘제주시론’에서도 거듭 강조해 온 것처럼 4·3을 전후하는 시기에 난을 피해 일본, 특히 오사카에 건너온 이른바 ‘난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주인이 적지 않다. 오사카는 ‘또 하나의 4·3의 현장’이라 불려오기도 하고, 구(舊)4·3특별법 제10조는 ‘대한민국 재외공관’에 4·3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 신고처를 설치할 것을 규정한 것도 그러한 4·3과 재일 제주인 사회와의 인연을 시사하고 있다(개정법에도 그 규정이 유지되었다[제9조]), 일본에 건너온 제주인들 중에는 4·3의 무장봉기에 가담하거나, 이에 연관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일본에서 북한에 직결되는 조직이나 생활세계에 몸담고 살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는 재일 동포사회는 한국 사회와 달리 ‘남’과 ‘북’이 같은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3특별법 개정 논의가 전해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개정될 법안에 남북 화해의 논리가 담기길 기대하기도 했다. 사실 2017년 말에 오영훈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개정법안에는 그럴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 법안은 입법 취지에 하나로서 4·3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제2조에서 4·3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즉 4·3사건이란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남로당 재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것이라면서 무장봉기의 배경과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구(舊)4·3특별법에서의 4·3의 정의는 거의 사건의 시기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다. 2017년 법안에는 ‘탄압과 저항’을 둘러싼 사실이 서술되어, ‘저항’ 세력의 명예회복에 길을 여는 화해의 논리를 품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4·3의 정의가 그대로 확정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일 것이다. 법안 심의의 절충 과정에서 애초 안의 상당 부분은 축소되리라고 예측됐다. 그래도 향후의 4·3의 재정립의 단서가 될 만한 흔적만큼이라도 남겨 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채택된 개정법은 애초 법안의 4·3의 개념 규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구(舊)특별법에 4·3의 정의와 일자 한 구도 변함없는 내용에 그쳤다.

향후 개정법을 구체화하는 논의 과정에서 위자료 문제와 더불어 4·3의 정의에 관해서도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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