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無花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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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수필가

무화과는 꽃이 없어서 무화과(無花果)’라 하지만 열매 속에 꽃이 숨어 있는데 모를 뿐이다. 문화예술 역시 화려하게 피는 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름답게 피는 숨어 있는 꽃이다. 칠흑 같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길을 내듯이 코로나로 인해 먹물처럼 어두운 이 사회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만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이 가치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갖은 문화의 꽃은 곧 우리 사회의 힘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모두 문을 닫으면서 모든 게 단절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문화예술의 꽃도 꽁꽁 얼어붙어 좀처럼 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분홍빛 동백꽃도 세 번 핀다 한다. 한번은 나무에 피고, 두 번은 땅에 떨어져서 피고, 세 번은 우리 가슴에 핀다고 하는데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희망과 웃음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함께 그려갈 문화의 꽃은 지역마다의 생활문화동아리나 마을 커뮤니티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몸과 몸이 만나 서로 뒹굴며 노는 가운데 지역에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만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지금의 상황에서 일선의 문화행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은 소모품으로 활용될 뿐, 주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잃어버린 문화예술의 본질을 회복하고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예전처럼 계속되어야 한다는 관성에서 과감하게 탈출할 필요가 있어야겠다. 사실 문화예술의 생존은 무대 위 공연을 통해 증명되며 무대는 예술가들에게 생업이 현장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수많은 공연이 무산되거나 취소, 연기되고 말았다. 공연을 재개할 만하면 또다시 연기되고 희망, 고문처럼 반복되다가 결국은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며 대중과의 단절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의 삶은 다 부서져 가고 예술가들은 언택트시대 온라인 공연을 통한 예전에 할 수 없었던 일을 지금은 해야 하고, 생각도 안 했던 일을 지금은 시도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비대면 공연으로 쌍방의 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잘 풀어나갈 수 있는지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진다. 그나마 요즘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미스트롯2에서 제주댁 양지은씨가 미스트롯 을 차지했다. 힘겨운 세월 보내고 나니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가사에서 보듯이 모든 아픔을 딛고 미스트롯까지는 전 국민이 만들어 낸 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힘은 전염병처럼 전파되어 각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 소리 없는 꽃으로 피어난다.

2021년에도 이 상황은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매년 공공지원 사업에 신청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일과 소득으로 연명해온 예술가들에게 다들 어떻게 먹고 살아요?’하고 물으면 답해줄 말이 없다. 문화예술을 공공재라 하는데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빠른 결실에 급급해하지 말고 후대에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며 문화예술이 사회의 필수적인 일로 인정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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