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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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코로나19로 만신창이가 된 한 해를 보냈다. 새해 새봄을 맞았건만 바이러스의 기승은 여전하다. 백신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녀석이 얼른 잡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의 어려움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학생들도 마음 놓고 교정을 찾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바이러스로 내게는 바쁜 일상이 되었다. 미생물학을 공부하고 활용한 지 20여 년이 되었다. 관련 교육을 하는 교육장도 운영한다. 현실과 맞아떨어진 탓에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환경부와 교육부, 제주도교육청을 통해 강의가 적잖이 들어왔다. 자치센터에서 성인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날은 4, 5회 강의를 잇따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버거워 나이를 탓한다.

그날도 모 중학교에서 강의가 있었다. 전자현미경을 빔에 연결해 바글거리는 세균의 실체를 보여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마늘, 청양고추, 쑥의 살균력이 전무하다는 걸 입증해 주거나 귤, 바닷물, 매실액, 김치나 요구르트 같은 유산균액이 살균력이 뛰어남을 알려주기도 한다. 학생들이 처음 보는 세균의 모습과 우리 주변에 흔하고 평소에 활용하고 있는 식품의 살균력을 알아 가며 반짝이는 그들의 눈에서 힘든 하루를 추스르곤 했다.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평가서가 나눠진다. 강사를 평가하는 평가서다. 최선을 다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와 질 높은 교육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과 차기 교육을 위한 방향 설정에 필요하다.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걸 작성하게 하는 담당 교사가 미안한지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

저희도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는 교사 평가서가 있습니다. 이 평가서가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기도 하고, 더러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제약이 되기도 한답니다.”

엄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거다. 반대로 학생들 비위를 맞춰주거나 아예 무관심한 교사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한단다. 학생들도 그런 평가서를 악용해 은근히 교사를 협박하기도 한다니. 미성숙한 학생들이 순간적인 기분으로 하는 평가서가 교육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학부모가 한 시간짜리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짧은 시간, 단 한 시간 참관으로 평가를 하라면 작성에 주저하는 모습도 보았다. 집에서 작성해 가는 평가서도 있다. 아이에게 물어가며 작성하는 평가서가 되고 만다.

학부모의 전화 한마디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교권,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도 쉬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교단에서 이 문제는 진행형이다. 실추된 교권이 어디까지 떨어져야 멈출지 모르겠다.

아들이 하는 말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벌주던 선생님이 미웠었는데, 대학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그 선생님이 참스승님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평가는 졸업하는 선배가 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사심이 큰 작용을 하지 않을 테니 그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적폐 청산해야 한다. 옳은 일이니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조사를 하고 벌을 줄 거면 먼저 청렴해야 한다. 청렴하지 않은 자는 적폐 청산을 논할 자격이 없다. 그 자격을 가진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평가는 국민의 몫이 아닐까.

잘못된 평가나 위선으로 피해를 줬다면 무거운 처벌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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