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빵과 장미를 기억하며
‘세계 여성의 날’, 빵과 장미를 기억하며
  • 제주일보
  • 승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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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인 1908년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에서 유래됐다. 당시 이들은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고, 이후 빵과 장미는 세계여성인권운동의 상징처럼 회자되고 있다. 1975년 유엔에서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113년이 지난 제주 여성의 현실은 어떨까? 제주는 비교적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주여성의 정형적인 이미지는 ‘강인한 여성상’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제주여성들이 오랫동안 보여준 생활력, 적극적인 경제 활동에 기인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바로 여성의 지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노동, 가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질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2021년 1월 현재 제주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63.1%로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상용직 여성 비율은 39.4%에 불과하며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7.4% 수준에 그친다. 제주여성의 요일 평균 가사 돌봄 노동시간은 2시간 37분으로 남성보다 1시간 35분 더 많다. 여전히 공고한 성역할 고정관념과 제주여성이 처한 이중고를 보여주는 통계이다.

오랜 세월 제주를 지켜온 제주여성들이지만 정작 마을과 직장, 정치영역 등 주요 자리에 여성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을 여성 이장 2.3%(4명),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17.5%(66명), 여성 도의원 18.6%(8명) 등 주요 영역의 여성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87.6%로 다수이며, 여성의 절반이상이 야간보행 시 두려움을 느끼는 등 제주여성들은 일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제주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과 정주 의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제주의 합계출산율(2020년 1.02명)이 하나의 반증이다.

이제까지 여성의 문제는 당사자인 여성이 앞장서 소리쳐왔지만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은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남성의 역할과 참여가 필수 불가결임을 강조한다. 스웨덴은 육아휴직에 대한 남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독일은 ‘소년의 날’을 지정, 남아들에게 자녀 돌봄의 가치나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반성폭력 운동에 남성들이 앞장선 ‘하얀리본운동’은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성폭력 사건과 같은 문제에 남성들이 연대하고 동참하는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성평등한 사회는 남녀 모두에게 불편함을 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부여한다. 이러한 사회로의 여정에 남성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내세우는 제주 사회에 남성들의 새로운 운동이 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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