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하는 우리 집은 지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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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논설 ‘듣는 태도’에 이어 이번 논설은 ‘듣는 방법’을 주제로 청소년복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화의 구성요소는 듣기와 말하기이며, 내 말을 먼저 하는 것보다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럼 잘 들으려면 듣는 방법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말하는 내용이 7~8%이고, 말하는 사람의 억양이나 감정이 37%, 태도나 표정이 55%정도라고 한다. 신체기관으로 생각해보자. 말하는 내용은 귀로 들리고, 억양이나 감정은 마음 또는 가슴으로 느끼며, 태도나 표정은 눈으로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듣는 것은 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듣는 것은 신체기관의 귀뿐만 아니라 마음과 눈을 포함해서 들어야 말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자. 공부가 하고 싶어서 등교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어른들이 학교를 가야한다니, 친구들이 학교를 가니 나도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한다. 우리 아이들 마음도 기성세대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학교가 정말 가기 싫어서 “엄마! 배가 너무 아파요. 학교 못가겠어요!”라고 하면 엄마의 반응은 어떠한가? “배가 아프긴 왜 아파? 너 학교 가기 싫어서 거짓말 하고 있지?”라고 응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말의 내용은 거짓말일 수도 있다. 이러한 듣는 방법은 ‘학교 못가겠다는’ 내용을 귀로만 듣고 아이의 마음과 표정은 읽지 않고 있다. ‘이 아이가 어떤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까?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로 학교 가기 싫은 모양이네.’

이러 상황에서 부모가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그래? 아들! 오늘 정말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 그럼 오늘은 집에서 좀 쉬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어떠한가? ‘오늘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허락하면 다음에 또 이런 일들이 발생할거야! 그럼 우리 아들은 학업부진아가 되고, 큰일이 날거야! 그럼 절대 안 되지. 처음부터 버릇을 잘 길러야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러한 듣는 방법으로 대화 패턴이 습관화된다면 아이들 입장에서 집은 말이 안통하고 내 마음도 몰라주는 지옥이 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가 귀와 눈과 마음을 다 해서 듣고 이해해준다면 미래의 부모가 걱정할 상황들은 줄어들 확률이 높을 것이다.

잘 듣는 방법은 말하는 내용(귀), 말하는 사람의 억양·감정(마음), 태도·표정(눈)을 모두 고려하여 들어야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 이는 현대에 와서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이미 선조들은 알고 있었다. 들을 청(聽), 이 한자 하나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耳+王’으로 왕 귀로 말하는 내용을 집중해서 들고, ‘十+目’은 열 개의 눈으로 집중에서 듣는다. 열 개의 눈은 온 눈을 다해서 들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一+心’은 내 마음을 하나로 해서 듣는다. 들을 청(聽) 한자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가정의 행복보다 우선인 게 무엇일까? 아이들이 집은 “지옥이다 또는 행복이다”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기성세대인 부모가 어떤 방법으로 자녀와 대화를 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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