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⑵
김연경 선수⑵
  • 제주일보
  • 승인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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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파적을 위해 TV를 벗한다. 스포츠 중계에 눈이 쏠려 있다. 2020·2021V-배구 리그. 볼을 주고받는 랠리가 이어지는 여자부 경기. 지난번에 썼던 김연경 선수에게 다시 눈이 꽂혔다.

어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 리그 시작 이래 120일 동안 굳건히 지켜온 김연경 선수 소속 흥국생명 팀이 추락했다. 악재가 있었다. ‘학폭‘ 가해자로 팀을 이탈한 주전 레프트와 세터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빈자리가 컸다.

그들이 떠난 뒤 두 번의 경기에서 연속 3세트를 내주면서 패했다. 그것도 최소득점, 최소시간 게임 종료란 수모를 당하면서. 그러나 불씨가 있으면 불을 지핀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했다. 경기 뒤에 후배들을 껴안아 감격해하던 김연경 선수, 그는 포효했다. 팔 벌려 코트를 돌며 열광하던 게 떠오른다. 그 감격의 퍼포먼스!

한데 그 승리는 신기루였을까. 두 번을 내리 패하면서 팀이 다시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 경기에 패하고 고개 숙여 코트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했다. 갑자기 그가 작아 보였다. 이전의 김연경 선수 같지 않았다. 배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님을 실감했다.

상대 팀의 서브를 받지 못해 에이스를 내주거나, 크게 흔들려 공이 잘못 가면 경기가 엉망으로 무너지고 만다. 휘청하다 낙엽처럼 흩어지던 장면이 거듭 연출되더니 경기가 허망하게 끝났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었다. 이긴 쪽은 환호작약했지만 진 쪽은 참담했다.

프로의 세계는 서열 다툼이 치열하다. 생존을 위해 물고 물리는 각축장이다. 2위로 맹추격해 온 칼텍스와 승점 53점 동점으로 호각세더니, 급기야 상대가 55점으로 치고 올라왔다. ‘어우흥’,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던 신조어가 실종되는 순간이었다, 다들 그랬을 것이다. 김연경 혼자로선 역부족이구나. 그도 그럴 게 쫓아오던 팀 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1-3으로 패했지 않은가.

그런데 그 며칠 뒤 흥국생명이 도로공사에게 3-1 승리를 거머쥐면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 1위를 끌어내리고 제자리로 복귀하면서 선두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낸 역전승이었다. 김연경이 양 팀 최고 26점을 득점했고, 최근 합류한 브라질 출신 브루나가 23점 득점하면서 쌍포로 합작한 것. 중요한 것은 팀 전체가 ‘해보자’고 호흡을 같이한 침체로부터의 부활이었다. 물론 중심에 김연경 선수가 있었다. 선수들을 동생처럼 끌어안으며 웃고 귀엣말을 속삭이고. 그의 영향력은 숫자로 나타낼 그 이상의 것이었다.

나는 몇 번의 패배에도 다시 승리해 원팀으로 돌아온 뒤에 숨어있는 김 선수의 힘을 안다. 팀의 위기를 수습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썼겠는가. 그의 마음은 점수를 올릴 때마다 보여준 몸짓으로 표출됐다. 전보다 더 미묘한 표정 변화와 그 격한 세리머니.

“우승도 좋지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중요하지요.” MVP로 뽑힌 그에게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김 선수는 초연했다. 과연 월드 클래스다운 면모가 아닌가.

그의 팀은 전열을 가다듬어 끝장 승부로 가고 있다. 다만, 지난 9일 경기에서 져 우승은 경우의 수를 읽게 됐지만, 마지막 1경기가 남아있다. 혹여 우승을 못하더라도 그의 눈은 멀리 올림픽에 가 있으리라. 김연경 선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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