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후 부동산 열풍에 농지구입...가격 하락에 사려는 사람나오지 않아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사꾼’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했다가 이행강제금을 내고, 땅까지 압류당했다.
11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지를 구입하고도 농사를 짓지 않아서 부과한 이행강제금은 총 21억7591만원이다.
부과 대상은 401명에 75필지(23.5㏊)다. 이행강제금은 공시지가의 20%를 매년 부과한다.
이행강제금 체납은 172명, 219필지(13㏊)에 총 9억8112만원이다. 개인 최고 체납자는 한경면지역 토지주 A씨로 7700만원을 미납했다.
양 행정시는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 172명이 소유한 모든 농지를 압류했다. 납부를 계속 거부하면 공개매각을 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들이 땅을 압류 당하면서도 농지를 팔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원하는 가격에 처분을 하지 못해서다.
양 행정시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16~2017년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했지만 이후 땅값이 떨어지면서 체납자들이 농지를 처분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외지인들은 현장 확인을 않고 맹지(농지)를 구입했다가 팔려고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이행강제금을 계속 내고 있다.
양 행정시는 농지를 소유해도 밭을 갈지 않으면 1년 6개월 내 농지를 처분하도록 명령한다. 이 기간 내 농지를 팔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태현 제주시 농지관리팀장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농지 소유자의 70%는 외지인으로 땅값이 크게 올랐던 2016년 전후로 땅을 샀다가 부동산가격이 하락해 선뜻 팔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일부는 본전이라도 찾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물면서라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밭을 가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도록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의거, 2015년 5월 농지기능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2016~2017년 2년간 1~3단계에 걸쳐 소유자가 바뀐 농지를 특별 조사했다.
그 결과, 밭을 갈지 않고도 농지를 소유한 토지주는 6206명에 7587필지(798.5㏊)에 달했다. 이 중 외지인은 2987명에 3587필지(310㏊)로 농지처분 대상 면적의 39%를 차지했다.
한편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농지는 대정읍이 112필지로 가장 많았고, 성산읍 59필지, 애월읍 50필지 순이다. 대정읍은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선 후 외지인들의 농지 매입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