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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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과연 누가 저 이상하게 생긴 생선의 독을 없애고 먹는 법을 처음 알았을까. 술 먹은 다음날에 해장국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복국(복어 맑은탕). 복국을 연신 먹으면서 얼굴에 피어나는 땀을 닦아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복국 집의 풍경이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분이 있다. 독성이 청산가리의 최대 1500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복어의 독을 제대로 아는 이가 요리를 해야 한다. 머리와 내장을 버리고 피도 잘 빼줘야 한다. 어떤 이는 멸치 눈알을 먹기도 하는데 복어 눈알을 먹었다가는 큰 일 난다. 눈알에도 독이 있다고 한다.

술독에 빠졌던 사람이 독을 품었던 생선의 맑은탕을 즐기는 것이다. 독으로써 독을 풀어내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인가.

▲사실 요리된 복어에는 독이 없다. 양식 복어에는 원래 독이 없지만 독이 있는 자연산 복어도 요리하기 전에 미리 독이 있는 부분을 모두 없애기 때문이다. 그러니 술독을 없애는 건 주연인 복어가 아니라 조연인 미나리가 아닐까.

미나리는 해독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모를 복어 독을 중화시키기 위해 복어국에 넣는 것이다. 숙취에도 효과가 크다. 미나리에 있는 ‘페르시카린’ 성분은 간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미나리가 없는 복국은 팥소(앙꼬) 없는 찐빵이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인 게다.

▲복국에서 미나리는 조연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주연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영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농장에 뿌리 내리려는 가족사가 한 편의 서사시나 간결한 수필 같다.

‘미나리’는 지난해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또 최근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75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상복이 터진 셈이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열려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내달 25일 발표되는 아카데미 수상작 발표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흥행도 좋다.

지난 3일 개봉 후 1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4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44만 6963명으로 5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지 잘 자란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뿌리 내린 우리나라 사람을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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