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을 새로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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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망우보뢰(亡牛補牢·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와 친숙한 망양보뢰(亡羊補牢·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원래 긍정의 의미로 쓰였다.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는 중국 초나라 시대 장신이라는 충신에서 유래됐다. 그는 자신의 충언을 듣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 진나라의 침공으로 망명할 처지에 있는 양왕이 뉘우치면서 자신을 부르자 이렇게 말했다.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 라고.

이 말이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뜻과는 달리,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꿨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두 명의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1차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지목한 13명 외에 7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패가망신(敗家亡身)이란 용어까지 동원하며 으름장을 놓았던 것에 비해선 보잘것없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결국 튀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

최근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망우보뢰’를 언급했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라는 버전이 아닌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옛 버전을 동원했다. 고삐 풀린 소가 줄행랑했듯이, 민심 이탈이 확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양간 수리 대책으로 LH 임직원의 실제 사용 목적 이외에 토지 취득 금지를 비롯해 신규 취득 농지에 대한 이용실태 조사 의무화, 불법행위 처벌 강화 등을 제시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를 꺼낸 셈이다. 그래도 투기의 발본색원과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멀다. 투기꾼들은 농지법상 각종 예외조항을 악용해 달콤한 꿀을 빨고 ‘개꿀’하며 서민들을 조롱하고 있다.

대충대충 땜질하지 말고 아예 외양간을 새로 지어야 한다. 남은 소라도 잘 키워 살림 밑천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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