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伏魔殿)
복마전(伏魔殿)
  • 고동수 기자
  • 승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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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첫수는 중국의 무협 소설 수호지에 나오는 홍신(洪信)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대한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해서다.

홍신은 왕의 명령으로 용호산에 칩거 중인 도사 장진인(張眞人)을 찾아갔다가, 그가 없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복마지전(伏魔之殿)’이란 간판이 달린 신전을 보게 된다. 그가 안내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전의 한복판에 있는 비석을 들춰내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치솟은 검은 연기가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서는 “그 안에는 마왕(魔王) 108명을 가둬둔 곳이었다”며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나라에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악귀의 소굴이라고 하는 복마전(伏魔殿)은 여기서 유래됐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명·시흥신도시 사업 지역에 LH 직원들이 2018~2020년에 걸쳐 100억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전국이 부동산 비리의 복마전이 된 듯하다.

급기야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제2공항 입지 예정지로 발표된 2015년의 토지거래 물량이 전년도보다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과 사전 정보 유출 여부 등에 대해 살피고 있다. 국토교통부처럼 제2공항 입지 선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조사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물론 비리가 도사린 복마전일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이와 별개로 외부에 의해 투기판이 벌어진 복마전이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입지 선정 용역 관계자 등도 조사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다. “제2공항 최종 후보지 선정은 공정했으며, 입지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사실은 없다”라고만 반박할 것이 아니라, 속 시원한 조사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이제 복마전의 빗장은 열어졌다. 그동안 암약했던 부패와 비리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굴의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털어내야 한다. 숨겨둔 꿀단지도 찾아내 회수해야 한다. 대충 들춰낸 후 봉합하려 한다면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도 열린 문을 닫고자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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