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몽(無夢) 무망(無望) 무직(無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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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어제 서울 손자가 태권도 파란 띠를 땄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태권도를 한지 오래됐나요?”

몇 달 안됐습니다. 작년에 집에 왔을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순신 장군이 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이순신이 되기 위해서라면서 태권도도 배우고, 수영도 배우고, 책도 많이 읽습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입니다."

"지금부터 그런 꿈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아니, 저는 의사나 판사 같은 시대에 알맞은 구체적인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데, 항상 물을 때 마다 이순신만 되겠다고 하니 사실 속상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니 손자의 소망을 바꾸려하지 말고 그냥 격려하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변하면서 구체화되거든요.”

올렛길을 걸으며 길동무가 최근의 손자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정도 어린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는 대답도 잘 하지 않거니와 짜증어린 표정을 짓는데, 이 아이는 참으로 영특해 보인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벌써 터득하여 열심히 그 길을 닦고 있으니, 부모나 어르신들에게는 얼마나 뿌듯 대견한 일인가?

그런데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가운데 미래 희망 직업이 없다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1.5배 많아졌다. ‘코로나 스트레스'로 학생들이 갑자기 무기력하고 우울해진 느낌이다. 또한 초등학생의 20.1%미래 희망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작년 대비 1.5배 넘게 늘어난 규모로 교육부가 희망 직업을 본격 조사한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학생의 33.3%, 고등학생의 23.3%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했다. ‘꿈이 없다는 답변은 중학생은 2013, 고등학생은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하여 학생들은 등교뿐 아니라 집 안팎에서 활동이 크게 제한되자 우울해진 학생이 많아진 것 같다. 초등학생마저 코로나 스트레스를 겪으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가는 듯해 크게 걱정된다.

꿈은 희망이요 이상(理想)이다. 꿈은 실현 가능한 것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호흡처럼 누구나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일상이다. 꿈은 인생을 이끌어가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꿈은 인생의 의미를 찾고 삶의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동인이다. 꿈은 잘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의 공통분모다. 꿈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을 모두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내가 지녔었던 꿈들도 생각해 본다. 어려서부터 생각했던 직업들은 군인, 교사, 연구원, 작가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운명의 조합으로 교사로 직업을 마무리했다. 명오가 열리면서 항상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와 꿈이 함께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꿈이, 미래에 대한 소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요즘의 초등학생들처럼 그냥 비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인들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꿈꾸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일러왔다. 요즘은 모두가 잠시 꿈을 코로나의 구름 속에 감춰두고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코로나가 끝나면 각자 그 무엇을 위해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나도 이제 다시 내일의 꿈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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