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시행 앞두고 '밥그릇 싸움' 비화
자치경찰제 시행 앞두고 '밥그릇 싸움' 비화
  • 좌동철 기자
  • 승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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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조례안 심사, 2조 2항 놓고 국가경찰 vs 자치경찰 대립각
자치경찰사무 개정 시 "제주청장 의견들어야" vs "위원회 독립권 훼손 우려"
복지위, 양 기관에 합의할 시간 주되 24일 오전 10시 재심사 후 처리키로
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왼쪽)과 고창경 제주도 자치경찰단장이 23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왼쪽)과 고창경 제주도 자치경찰단장이 23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는 7월 제주형 자치경찰제 출범을 앞두고 민의의 전당에서 국가경찰 대 자치경찰이 밥그릇 싸움을 벌여 눈총을 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 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갑)는 23일 제393회 임시회 2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했다.

의원들은 범죄 예방과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한 본연의 업무 수행을 위해 양 기관에 양보와 합의를 주문하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조례안 2조 2항에 대해 양 기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웠다.

이 조항은 자치경찰사무 개정 시 제주경찰청장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이다.

국가경찰은 제주도가 사전 협의 없이 자치경찰사무를 독단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패싱 조항’이라며 ‘들어야 한다’라는 의무 규정으로 수정을 요청했다.

국가경찰은 방역수칙 행정명령 위반과 폐기물 투기 단속 등 자치사무를 정할 때 반드시 제주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구속력 있는 의무 규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도자치경찰단은 도지사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가 심의·결정한 자치사무에 대해 국가경찰이 비토(veto·거부권)를 하면 위원회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경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목적으로 한 자치경찰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맞섰다.

양 기관이 대립하는 이면에는 자치경찰사무 중 승진 고과와 실적에 반영되는 업무는 우선 갖고 가되, 동물사체 처리나 주취자 귀가 조치 등 민원이 많고 성과를 낼 수 없는 업무는 서로 떠밀고 있어서다.

이날 답변에 나선 고창경 제주도자치경찰단장(자치 경무관)은 “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 개정 시 국가경찰을 패싱하지 않고 사전에 이를 통보해 의견을 제출하는 기회를 반드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경무관)은 “조례안 제출 전 국가경찰은 8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모두 불수용됐다”며 “의견을 내도 문서로 ‘불수용 한다’는 회신이 온다면 의견 제출은 있으나마나 한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고은실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이 조례안 합의 불발에 대해 지적하자, 고창경 단장은 “3차례 협의는 했지만, 합의는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인상 차장은 “여러 차례 찾아가도 협의를 한 번도 못하고 돌아왔다”며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양영식 위원장은 “양 기관이 수행할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합의할 시간을 주되 자치경찰 출범은 중차대한 문제여서 이번 회기에 상임위에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복지안전위는 24일 오전 10시 3차 회의를 열어 조례안을 재심사 한 후 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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