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빛낸 고대 거대 제국이 햇빛에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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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성모 마리아에 처음 봉헌된 성모 대성당·미켈란젤로 작품 전시된 성 베드로 성당
검투사 싸움 관람하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로마의 요람 팔라티노 언덕 등 명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콜로세움 내부.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싸움에 수만 관중이 환호하던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콜로세움 내부.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싸움에 수만 관중이 환호하던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다.

로마 제국의 전성기 때 지도를 펼쳐 놓고 보자. 이베리아 반도와 잉글랜드를 아우르는 서유럽과 동유럽 거의 전역, 이어서 흑해와 터키를 넘어 이스라엘과 시리아와 이라크까지, 거기에 지중해 남쪽 아프리카 대륙의 북부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 드넓은 면적에 새삼 놀라게 된다. 

직선거리 5000㎞가 넘는 이 광대한 제국의 영토도 그 시작은 조그마한 동네 언덕이었다. 테베레 강 하류 동쪽 연안에 일곱 개 언덕이 오밀조밀 들어선 직경 3㎞ 범위가 초기 로마의 전부였다. 엄밀하게는 일곱 언덕 중 하나인 팔라티노 언덕에서 로마가 창건됐다.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 형제와 일단의 청년들이 주축이었다.

그들은 인근 퀴리날레 언덕의 사비니족 처녀들을 납치해옴으로써 후대를 이어갈 수 있었고, 일곱 언덕 전체까지 지배하며 하나의 도시국가 틀을 갖춰나갔다. 그리곤 지혜로운 후손들이 대를 이어갔다. 

500년 후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기에 이르렀고, 다시 200년이 지나자 카이사르라는 걸출한 후손이 나와 정권을 잡으며 제국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로마를 여행하는 건 일개의 도시 여행이 아니라 세계사를 빛냈던 제국을 둘러보는 여정이 된다. 면적은 서울시 두 배 만큼 넓지만 로마 여행은 직경 3㎞ 범위의 일곱 언덕 일대 구시가지가 핵심이다. 그 다음에 테베레 강 건너 바티칸 시국(市國)만 추가하면 일반적인 로마 여행으론 충분하다.

로마 시내 교통 중심인 테르미니 역에서 출발해 구시가 일대 명소들과 바티칸 시국을 시계 방향으로 둘러보는 동선을 따라 로마제국의 영광을 더듬어 가보자.

▲트레킹 루트 (18㎞): 테르미니 역-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쇠사슬의 성 베드로 성당–콜로세움-콘스탄티누스 개선문-대전차 경기장–로마 로즈 가든-진실의 입-팔라티노 언덕-포로 로마노-캄피돌리오 광장-베네치아 광장-판테온-나보나 광장–산탄젤로 다리–산탄젤로 성-성 베드로 대성당-바티칸 미술관-포폴로 광장-보르게세 공원-보르게세 미술관-스페인 계단-스페인 광장-콘도티 거리-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앞 ‘비아 트리움팔리스’ 구간에 세워진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콘스탄티누스 1세가 세운 것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세 개의 개선문 중 하나다.
콜로세움 앞 ‘비아 트리움팔리스’ 구간에 세워진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콘스탄티누스 1세가 세운 것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세 개의 개선문 중 하나다.

고대 로마시대의 에스퀼리노 언덕은 일곱 언덕 중 가장 높은 위치에 걸맞게 귀족들의 호화 주택들로 즐비했다. 그러나 이 언덕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4세기에 세워진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또는 성모 대성당이다. 유럽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 한여름에 눈이 내린 기적의 땅에 세워졌다는 눈의 전설로 유명하다. 

에스퀼리노 언덕에 있는 또 하나의 명소는 성 베드로 성당이다. ‘피에타’ ‘다비드상’과 함께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인 ‘모세상’을 만날 수 있고, 사도 베드로가 감옥에 있을 때 묶였던 쇠사슬도 전시되고 있다.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둘러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3, 4층에 올라 내려다보면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싸움에 환호하는 수만 관중의 함성이 들리는 듯 실감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런 거대한 구조물이 2000년 가까이 지금의 상태로 유지됐다는 게 신기하기도 한다. 

고전 영화에서 보듯 로마 황제들이 승전 축하 퍼레이드를 벌이던 구간은 ‘비아 트리움팔리스(Via Triumphalis)’, 즉 승리의 길로 불린다. 콜로세움 앞에 세워진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도 바로 그 승리의 길 구간 일부이다. 

개선문을 십 분쯤 지나오면 영화 ‘벤허’의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의 배경지인 키르쿠스 막시무스가 나온다. 영화 속 그 웅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폭 100m, 길이 600m 정도의 볼 것 없는 공터일 뿐이다. 

로마의 요람으로 전해지는 팔라티노 언덕. 초기 로마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언덕 전체가 유적지다.
로마의 요람으로 전해지는 팔라티노 언덕. 초기 로마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언덕 전체가 유적지다.

로마가 태어난 요람이자 초기 로마시대의 정치 경제의 중심이었던 팔라티노는 언덕 전체가 유적지이다.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 또는 공회장이란 의미다. 제국을 이룬 로마시민들이 공공생활을 영위하던 중심 공간이었다. 카피톨리노 언덕에 있는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설계에 의해 탄생했다. ‘명상록’으로도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멋진 기마상 등 광장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바로 이어지는 베네치아 광장을 둘러보고 나오면 잠시 후 판테온에 이른다. 이름 그대로 로마의 ‘모든(pan) 신(theon)’들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로 꼽히는 라파엘로가 신전 안에 묻혀 있다. 판테온의 아름다움을 몹시도 사랑했던 그가 생전에 원했던 바 그대로다. 

로마의 첫 교황인 사도 베드로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의 고전 영화 ‘쿼바디스’에서처럼 네로 황제의 박해를 받고 로마에서 순교했다. 2000년 전 일이다. 그가 바티칸 언덕에 묻히고 300년 지난 후, 무덤 자리에 최초의 성당이 세워졌고, 중세 16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축됐다.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영향력은 최고인 나라 바티칸 시국(市國)의 중심이 바로 이곳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재건축을 주도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대면할 수 있고, 바로 옆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등 숱한 명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티칸을 벗어나 동쪽으로 다시 테베레 강을 건너면 곧바로 포폴로 광장으로 이어진다. 고대 로마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던 포폴로 문을 통해 광장을 벗어나 보르게세 공원을 거닐다 나온다. 

공원 남쪽은 스페인 광장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팩이 젤라토를 먹는 오드리 햅번과 재회하는 장면 덕에 광장 앞 스페인 계단은 로마 최고의 명소가 됐다. 계단 아래 ‘낡은 배의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분수물을 한 모금 받아 마시고 콘도티 거리로 들어선다. 이탈리아 패션 1번가인 만큼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다. 

로마 여행의 피날레는 트레비 분수에서 장식한다. 분수에 한 번 또는 두세 번 동전을 던져보며 앞날의 소망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곳은 로마 일곱 언덕 중 맨 북쪽인 퀴리날레 언덕의 언저리이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가 후세를 위해 수많은 여인들을 강탈해간 사비니족이 이 언덕에 살았다. 퀴리날레 언덕은 후세 로마인들의 어머니의 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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