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소유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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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보상 없이 실시한 도로 개설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당시로선 마을 공동체를 위해 토지주들이 땅을 내놓아 도로를 냈지만, 공부상에 여전히 개인 땅으로 남아 있어서다. 행정이 도로 편입 근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마을 안길과 농로 등에 대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산간의 어느 마을에선 땅 주인이 사유지에 대한 권리 행사를 내세워 마을 안길로 들어가는 골목에 펜스를 설치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먼 길로 우회하고 있다.

또 다른 마을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이장 명의로 했던 마을부지와 도로를 후손이 수억 원에 팔아버리는 바람에 상당수 토지가 맹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최근 도로 소유권 분쟁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판결을 내렸다. 경매로 산 토지에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도로가 포함돼 있다면 도로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 요지는 이렇다. 토지주는 2014년 1월 경매로 김천시의 임야를 샀는데, 이 땅에는 주민들이 수십 년간 사용해왔던 도로가 포함돼 있었다. 이 도로는 한 사찰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였다. 김천시는 1994년 당시 이 땅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이 도로를 법정도로로 지정하고 시멘트 포장공사를 한 다음 관리해왔다.

토지주는 김천시가 자신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한 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달라며 김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김천시가 시멘트 포장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라며 토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1994년 당시 토지 소유자에게 도로 설치에 대한 동의를 받았어도 토지를 점유할 권리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어떤 토지가 ‘공로(公路)’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는다는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이 도로는 김천시가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한 ‘공로’인 만큼 이런 상황을 알면서 임야를 매수한 후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도로 소유권 분쟁은 어제와 오늘보다는 내일로 갈수록 심각한 문제다. 도내에서 도로 편입 보상금 미지급 용지만 전체 도로 필지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이를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1조 원을 훨씬 넘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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