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전 '언제·어디서·왜?'가 없었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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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행불인유족회, 73주년 4.3추념식 앞두고 4.3평화공원 방문
직계가족 없는 수형인과 행방불명인 명예회복 위해 재심청구 지원
지난 16일 무죄 선고 받은 335명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도 진행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 임원들이 제73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30일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된 가족들의 넋을 위로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용현 경인위원장, 고학형 영남위원장, 김광우 회장, 김필문 직전 회장, 서영균 대전위원장, 진덕문 수석부회장, 오광춘 감사, 양운택 사무국장, 박영수 호남위원장, 홍성효 북부예비검속유족회장.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 임원들이 제73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30일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된 가족들의 넋을 위로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용현 경인위원장, 고학형 영남위원장, 김광우 회장, 김필문 직전 회장, 서영균 대전위원장, 진덕문 수석부회장, 오광춘 감사, 양운택 사무국장, 박영수 호남위원장, 홍성효 북부예비검속유족회장.

“7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회장 김광우) 임원들은 제73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30일 4·3평화공원에 안장된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을 찾았다. 이들의 가족은 이곳에 영면해있다.

머리카락 한 올, 뼈 한 조각도 묻지 못한 잔디밭에 세워진 3976기의 표석에는 이름과 본적, 출생월일만 새겨졌다.

이들 유족은 부모와 형제자매가 언제, 어디서, 왜 희생됐는지 알 길이 없어서 고인의 사망한 졸년월일(卒年月日)은 새겨놓지 못했다.

행방불명 수형인들의 유족들은 이제 서야 한 맺힌 가족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6일 재심 재판에서 4·3행방불명 수형인 33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것에 해당돼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거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고 판결했다.

유족들은 구천을 떠돌던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73년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행불인유족협의회는 무죄 판결 이후 다시 출발선에 섰다고 밝혔다. 지금도 재심 재판을 받지 못한 행방불명 희생자가 15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4·3수형인들 가운데 대다수가 젊은 나이에 희생되거나 온 가족이 몰살돼 직계가족이 없어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사례가 더 많다.

지난달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재심 청구 자격이 고인의 4촌까지 확대됐으며, 유족을 대신해 법무부가 일괄 직권 재심으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해 줄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김광우 회장은 “전주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는 내가 4살 때 행방불명됐다. 5개월만 있으면 출소해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편지를 끝으로 지금껏 생사를 알지 못해 생일날 제사를 올려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4·3평화공원에 설치된 행방불명 희생자 비석은 3900기가 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10%인 300여 명에 머물고 있다”며 “이처럼 재심 신청을 못한 희생자 유족들이 많은 만큼 고인들의 정식 재판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방불명유족협의회는 다른 지방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던 중 행방불명된 희생자 335명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4·3당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으로 전국 15개 형무소에 끌려가 수형생활을 한 도민들은 3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마포형무소에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20년을 받은 수형인들이 수감됐다.

또 대구형무소(징역 15년), 대전형무소(징역 7년), 목포형무소(징역 5년 이하) 등 형량에 따라 도민들이 전국에 분산돼 옥살이를 했다. 인천형무소는 10대 소년범을, 전주형무소는 여성을 주로 수감했다.

이들 4·3수형인들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좌익사범 또는 정치범으로 분류돼 군경에 끌려가 집단 학살을 당했다.

제주4.3평화공원에 설치된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 70여 년 전 행방불명된 도민 3976기의 비석이 세워졌다.
제주4.3평화공원에 설치된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 70여 년 전 행방불명된 도민 3976기의 비석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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