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디 말보다 강렬…4·3 문화 콘텐츠 개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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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회복과 도약…JDC의 미래-4·3 전국화·세계화 움직임 활발
JDC와 제주4·3평화재단, 4·3 시나리오 공모전 진행
대중영화 제작 첫걸음 떼 당선 작품은 ‘내 이름은…’
국제학교 브랭섬홀 아시아 4·3 알리기 프로젝트 활동
JDC는 4·3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문화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공모전을 통해 장편 극영화 당선작으로 선정된 렛츠필름 김순호 대표와 김성현 작가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JDC는 4·3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문화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공모전을 통해 장편 극영화 당선작으로 선정된 렛츠필름 김순호 대표와 김성현 작가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43일 치뤄지는 제주4·3추념식은 특별하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이 이뤄진 이후 거행되기 때문이다.

73년 전 도민들에게 아프기만 했던 역사적 기억이 따뜻한 봄볕을 받아 조금씩 치유되는 가운데 4·3의 전국화·세계화를 향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유족회, 관련 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더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4·3콘텐츠 개발 사업이 올해 결실을 맺고 있다.

오라리 방화사건 모티브 한 대중영화 제작 첫 걸음 성큼

JDC는 재단과 지난해 1115일부터 115일까지 4·3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4·3영화(장편 극영화·다큐멘터리 부문) 시나리오 공모를 진행해 최근 당선작을 결정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해 6JDC가 제주4·3평화재단과 4·3문화학술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추진하기 위해 지정, 기탁한 3억원 중 4·3 대중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공모 사업(12000만원)으로 추진됐다.

그동안 4·3과 관련해 다큐멘터리나 독립 영화 등이 출시됐지만 상업화 과정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공모 사업을 통해 대중영화 제작에 첫 걸음이자 4·3의 전국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4·3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은 렛츠필름이 응모한 내 이름은’(장편 극영화)이다.

당선작 내 이름은4·3 당시 오라리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4·3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빠지기 쉬운 회상 장면의 지나친 사용을 절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냈다현재의 학교 폭력과 과거의 역사적 폭력을 절묘하게 병치시킨 점도 4?3의 정서적 진실을 현재의 젊은 관객들에게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역사·가족의 이름으로 70년 간극 뛰넘은 시나리오 주목

이번에 당선된 시나리오는 79세 할머니 순옥18세 손자 정자가 함께 살아가는 조손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4·3 당시 트라우마로 70년을 남의 이름으로 살아온 할머니와 18년을 여자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손자의 이름 찾기 과정을 다룸으로써 4·3의 아픔을 마주하는 전개로 이어진다.

특히 슬프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할머니와 손자가 7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고 함께 미소 지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수상자 김순호 렛츠필름 대표는 영화 이끼’·‘은교’·‘순정만화등 국내 흥행한 영화제작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2010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2012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현 렛츠필름 작가는 이번 수상이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모든 이들이 4·3과 관련해 상처와 치유, 회복을 이야기하기에 조심스럽고 두렵기도 하지만 보듬고 회복해야 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작될 4·3영화는 선물이 아닌 함께 만드는 영화가 돼야 한다참여자 모든 이들이 주인인 영화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주최측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영화제작진이 제작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4·3의 진실을 알고 평화·인권의 감수성을 키워내는 작업에 각 부처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으니 제작에 외롭지 않을 것이라며 “JDC4·3기관·단체가 마중물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수상작이 4·3당시 오라리 방화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미디어가 갖고 있는 영향력으로 역사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이번 대중영화 제작은 4·3의 전국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재단과 JDC렛츠필름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다.

브랭섬홀 아시아에 재학 중인 고가연(사진 오른쪽)·김은수 학생은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를 영어로 번역해 4·3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브랭섬홀 아시아에 재학 중인 고가연(사진 오른쪽)·김은수 학생은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를 영어로 번역해 4·3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4·3역사 알리기 나선 브랭섬홀 아시아 학생들

제주 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 이하 BHA) 재학생과 교사들도 제주 4·3 역사 알리기에 분주하다.

BHA 내 학생이 주도하는 봉사 그룹인 패러다임 클럽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가운에 인권 동아리인 ‘THEMIS Academy(테미스 아카데미)’에서 펼친 제주 4·3알리기 프로젝트가 눈길을 모은다.

동아리 소속 고가연·김은수 학생은 지난 1년간 책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를 영어로 번역하며 ‘Jeju : Blood, Tears, Hope(제주 : , 눈물, 희망)’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책은 4·3 당시 자행됐던 학살과 여성과 아동들에 인권 유린에 대한 증언이 담겨있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2명 모두 제주가 고향으로, 지난해 참가한 제1회 제주4·3사건 영어 스피치 대회를 계기로 4·3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됐다.

고가연 학생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은 평소 정의와 평화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큰 충격을 줬다“4·3은 과거의 일이 아닌 앞으로 우리가 평화, 인권, 민주주의를 지켜가기 위해 꼭 기억하고 알려야 하는 오늘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은수 학생은 저희 할아버지는 실제 4·3의 피해자로 동네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생존자라며 항상 4·3에 관심이 많았고 이런 스피치 대회가 있다고 해서 준비를 하면서 더욱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스피치 대회 이후 이들은 4·3의 이갸리를 영어로 번역해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2명의 학생들은 지금은 번역 사본을 학교 밖으로 유통시킬 수 없지만 번역본이 도서관에 비치돼 세계에서 활동하는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학교 재학생들과 이곳에서 생활하는 국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에게 알려지면서 4·3의 이야기가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 진학하고 좀 더 경제적인 여건이 다져저 이 책을 보다 전문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를 겨냥해 책을 출판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JDC·제주일보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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