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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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예부터 공직자의 청렴이 강조돼 왔지만 그 격이 다 같은 건 아닌 모양이다. 남송 유학자 육구연은 상산록에서 청백리를 3등급으로 나눴다. 우선 봉급 이외의 것을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상급이다. 봉급 외에 명분이 바른 것만 취하면 중급, 명분 없어도 관례인 것만 받으면 하급이다.

당시엔 관례를 넘지 않는 한 청렴결백한 축에 든다고 봤다. 허나 요즘의 시각으론 중·하급의 경우 어김없는 떡값이요, 뇌물과 다름없다.

그래서 채근담은 염결한 마음에도 욕심이 깃들 수 있음을 일깨운다. “참된 청렴에는 청렴이라는 이름조차 없다. 청렴하다는 이름을 얻고자 함이 바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眞廉 無廉眞廉 無廉名. 立名者 正所以爲貪).” 깊은 강이 소리 없이 흐르듯 청렴한 이는 세속의 명망조차 잊는다는 통찰이다.

▲근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새도시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대상은 110건, 530명이 넘는다. 부동산 투기와 탈세 경연장이지 싶다.

그러나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미덥지 않다. 의혹이 제기된 지 보름이 지나서야 관련기관 압수수색 등 뒷북 수사에 나섰다. 게다가 수사 역량을 지닌 검찰은 여전히 수사팀에서 배제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을 제도의 부재 탓으로 몰아가는 행태도 부적절하다. 당정이 갑자기 이런저런 법 제정에 의욕을 보이는 것조차 물타기용이라는 의구심만 키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우리 사회의 부패 청산을 위한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이건 비관적 견해에 불과하다. 더 절망적인 건 현실이다. 남의 먼지는 잘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는 처사다. 우리 사회가 이를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기나 한 지 의문이다.

공직자는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국가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공직의 부동산 투기는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다. 지금 국민은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결국 기본은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다. 혹시 부정의 유혹에 휘말리거든 조선조 청백리의 표상, 류관의 유훈을 기억할 일이다. ‘우리 집안에 길이 전할 것은 오직 청백이니,대대로 끝없이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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