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년 4.3추념식 70대 노인의 '망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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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효 북부예비검속희생자 유족회장 "공항에 매장된 부친 양지바른 곳에..."
공항 유해발굴로 388구 나왔지만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300여 명 발굴 안돼
1973년 남북활주로 개설공사, 일부 유해 어승생 무연고묘역 옮겨져 집단 화장
홍성효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장이 1일 부친이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공항 활주로를 바라보며 한 맺힌 세월을 얘기하고 있다.
홍성효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장이 1일 부친이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공항 활주로를 바라보며 한 맺힌 세월을 얘기하고 있다.

“활주로 부근에 잠들어 있을 아버지 유해를 양지바른 곳에 모셔 드리고 싶습니다.”

홍성효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장(74)은 제73주년 4·3추념일을 이틀 앞둔 1일 제주국제공항을 찾아 부친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그의 부친은 한라산의 나무 벌목을 단속했던 고(故) 홍창석 영림소장으로 1948년 무장대에게 무전기를 빼앗겼다가 가까스로 되찾았다.

고인은 2년 후인 1950년 8월 19일 제주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좌익사범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 간 고인은 그날 밤 제주공항에서 총살당한 후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아버지를 포함해 제주읍·애월면·조천면에서 예비검속을 당한 300여 명이 1950년 8월 19일에서 20일 이틀간 공항에서 집단 학살돼 암매장됐지만 유족들은 뼈 한조각도 찾지 못했다”며 “활주로 반경 150m는 굴착이 금지돼 300여 구의 시신은 지금도 활주로 인근에 묻혀 있다”고 흐느꼈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전경. 71년 전인 1950년 8월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300여 명이 집단 총살 당해 구덩이에 파묻혔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전경. 71년 전인 1950년 8월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300여 명이 집단 총살 당해 구덩이에 파묻혔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07~2009년 3년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쪽과 서쪽 일대에서 대대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

4·3당시 희생된 388구의 유해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북부예비검속 희생자들은 나오지 않았다.

반면 정방폭포에서 학살된 것으로 알려진 서귀포 3면(서귀·중문·남원면) 예비검속 희생자 27명과 알뜨르비행장 탄약고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 모슬포 예비검속 희생자 7명의 유해가 제주공항에서 나왔다.

특히 1949년 군사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74명의 유해는 활주로 동쪽에서 발굴돼 70여 년 전 제주공항은 양민들의 집단 학살터인 동시에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사형장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홍 회장은 70여 년 전 공항 인근에 살던 도두리 주민과 1973년 활주로 확장공사에 참여한 근로자를 만나서 부친을 포함한 예비검속 희생자들이 암매장된 장소를 확인하는 데 나섰다.

2007년부터 착수한 제주공항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드러난 유해들.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유해는 단 한구도 나오지 않았다.
2007년부터 착수한 제주공항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드러난 유해들.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유해는 단 한구도 나오지 않았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홍 회장은 최근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1973년 길이 2000m, 너비 45m의 남북활주로 개설 공사 당시 유골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장비와 근로자가 모두 교체됐고, 일부 유골은 제주시 어승생 무연고묘지에 안장된 사실을 알게 됐다.

홍 회장은 “어승생 무연고묘지에 있던 1만6894기의 시신을 모두 꺼내 한 곳에 모아 화장한 후 2009년 그 자리에 수목장인 한울누리공원이 조성됐다”며 “예비검속 희생자 유해 일부는 공항에 남아 있지만 일부는 한 데 모아 화장을 하면서 신원 확인이 어렵게 됐다. 하지만 구천을 떠도는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유해 찾기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또 다시 제주에 비극이 찾아왔다. 4·3 당시 입산자 가족과 보도연맹 가입자, 요시찰인 등이 대거 예비검속 돼 희생됐다.

경찰 공문에 따르면, 1950년 8월 17일 당시 도내 4개 경찰서에 예비검속된 도민은 1120명이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발간한 ‘2009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도민은 D·C·B·A의 4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B·A급은 석방 또는 계속 구금됐다. 나머지 D·C급은 대부분 총살됐다.

4·3진상보고서는 ‘인민군이 경남·부산지역을 점령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미리 제주도를 반공기지로 삼고자 예비검속자에 대한 처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한편 제주시는 어승생 3만3224㎡에 무연고 묘역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사라봉 일대 무연고 무덤과 도로 개발 등으로 연고가 없는 무덤이 이전됐다.

아울러 1973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개설 공사 당시 나온 유골 일부가 이곳으로 안장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어승생 무연고 묘지를 재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2009년 수목장과 잔디장 등을 갖춘 ‘어승생 한울누리공원'을 조성했다.

제주시는 기존 무연고묘역 위에 한울누리공원을 조성한 가운데 매년 1월 1일마다 무연고 영령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이곳은 공항에서 발굴된 일부 유해를 화장한 후 위령비가 세워졌다.
제주시는 기존 무연고묘역 위에 한울누리공원을 조성한 가운데 매년 1월 1일마다 무연고 영령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이곳은 공항에서 발굴된 일부 유해를 화장한 후 위령비가 세워졌다. 제주시 공보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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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2021-04-02 00:39:31
우리나라 투기꾼은 정부와 민주당이였다. 전남지사 출신 당대표 이낙연이가 해저터널 주장했었고 전북출신 총리가 제주와서 한다는 말이 제3의 길도 모색할수 있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수익성이나 경제성이 없고 25조 이상 드는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전라도쪽으로 제주도를 핑계삼아 해저터널 뚫어서 전라도 땅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제2공항에 대하여 언급을 회피하거나 제3의길 얘길 유도한것이다. 국가예산을 아끼거나 올바르게 집행해야되겠다는 공직자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는 찾아볼수 없다. 이게 현정권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