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에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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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몇 해 전 서귀포시에서 지역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주민들 대상으로 복지네트워크를 주제로 하는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한창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밖에서 경찰이 교육 관계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갔다. 경찰은 지금 진행되는 교육이 무슨 내용이며 주관하는 데가 어디인지 등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알고 보니 이 상황은 ‘네트워크 교육’을 ‘다단계 판매 교육’으로 오해한 교육 참가자 중 누군가가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한 결과였다. 유독 ‘네트워크’라는 단어에 예민함이 발동했던 것이다. ‘네트워크’에 대한 웃픈 기억이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들의 욕구들이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가고 있으나 이를 공공 또는 특정 민간 기관이 떠안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와 해결을 위해 공공과 민간, 민간의 조직과 조직 간에 ‘자원’과 ‘관계’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복지 현장의 네트워크는 사회복지 실천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제주지역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는 비교적 이런 복지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제주지역의 사회복지 현장 실천가들이 자원의 쏠림과 일 방향적 관계 형성은 특정 상황에서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오랜 기간 학습과 경험으로 익힌 결과다. 여기에 더해 양과 질 어느 부분에서도 밀리지 않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제주의 복지 인프라가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통합복지하나로와 지역사회통합돌봄으로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과감한 실험에 나서고 있는 모습 또한 자랑할 만하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능력, 특정 기관의 역량이 아닌 제주 복지 네트워크가 쌓아가고 있는 성과이자 복지 네트워크가 이미 제주만의 거대한 복지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마치 좋은 환경의 경기장에서 실력 좋은 선수들이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제는 그 팀워크를 충분히 발휘해 도민들이 만족하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자칫 경기장 관리 부실이나 팀워크에 문제가 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제주지역 사회복지 현장의 이슈는 사회서비스원이다. 정부에서는 노인 돌봄과 보육·양육 등의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공공부문 역할 강화와 사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의 강점인 복지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과 확장을 통한 스스로의 해결이 아닌 굳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방식에 따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제주에서는 올해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복지 현장에서는 예견되는 문제들에 대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복지 네트워크의 성과와 미래의 가능성이 허물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에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제주 맞춤형’모델의 개발이다. 그 또한 사회복지 현장의 팀워크를 활용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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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2021-04-08 13:22:05
밥그릇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