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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클린하우스에 가보니 일회용 용기 사용이 많은 요즘이라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과하다 싶을 만큼 넘친다.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을 보면 보는 사람도 푸지다. 맛나게 먹는 걸 보고 복스럽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먹을 게 귀했던 시절엔 음식을 앞에 놓고 음식 타박을 하거나 깨작거리면 어른께 욕을 들어야 했다. 변변찮은 찬에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배곯은 시절이었으니 그랬으리라. 소찬에 거친 음식이라도 맛나게 먹어 주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요즘은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이다. 절식해야 할 이유는 있어도 많이 먹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식욕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온갖 성인병 위험은 물론 비만으로 체형도 보기에 좋지 않게 되니 다이어트가 대세다.

TV를 켜면 채널이 많기도 하다. 광고만 하는 채널도 여럿이다. 50개 정도를 돌려보며 음식에 관련된 화면을 세어보니 10여 개나 된다. 먹을 것이 TV 화면을 점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모임 할 때 음식점에서 모이는 게 대부분이다. 모임 장소를 정함도 맛있고 푸짐한 집을 찾고, 대화 중엔 맛있는 음식이나 맛집 이야기로 꽃을 피웠었다.

요리장이 최고 인기를 누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로 인해 돈을 번 사람도 있다 하고, 성공의 길을 그곳으로 잡는 젊은이도 늘었다고 한다.

골목식당, 맛 칼럼, 맛을 찾아서, 시골밥상 등 정규적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비만은 질병이라며 경고하면서 절식과 운동 처방을 하라 하지만, 한편으론 푸짐한 음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이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음식 낭비 금지법’을 만든다는 기사를 보았다. 청소년을 위해 과도한 식사와 음주에 관련된 방송도 금지한다고 하니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도 그런 쪽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들려오는 건 여야 다툼으로 서로 비방만 하고 앉았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

먹어서 병을 키우는 현대판 먹방 채널을 우리도 제한하면 안 될까, 건장한 사람들이 출연하여 건강식을 만들고 먹어 보며 질 좋은 음식을 홍보하는 게 아니다. 폭식을 조장하고 야식을 유도한다. 오직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만 급급한 인기를 위한 방영이다. 결코 국민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라면 한 개 분량쯤 되어 보이는 걸 후루룩 소리와 함께 한입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군침을 삼킬 사람이 적지 않겠다.

식탐은 습관이다. 많이 먹는 버릇을 들이면 계속 먹을 것을 찾게 된다. 탄수화물 중독 증상이 오면서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먹을 걸 가지고 하는 많은 방송들이 더욱 비만을 조장하고 있음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적잖은 외식 자리가 마련된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선 분위기에 휩쓸려 과식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 가능하면 외식 횟수도 줄여야 한다.

알맞은 음식 섭취가 한결 몸이 좋아진다는 건 대부분 아는 사실이고 경험도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어려운 일인데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먹을 것에 죽고 사는 듯 보이고, 그로 인해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만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길목 좋은 곳마다 음식점이 들어서 있는데 그 수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소비성 사업보다 생산성 산업이 잘 돼야 하는데, 공장들 문 닫는 곳이 늘고 있으니 어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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