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해원방사탑을 세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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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시인·4·3조사연구원

가끔 제주시내권 4·3문화유적지를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 3·1사건의 관덕정이나 주정공장과 서북청년회 사무실 터라든가 제주신보 터 등은 구도심 순례로 많이 알려져서인지 아는 이들이 꽤 있는 편이다. 필자는 거기에 덧붙여 적극 추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시 신산공원 입구에 세워진 4·3해원방사탑(解寃防邪塔)이다. 시간상으로는 다른 유적지에 비해 20여 년밖에 안 되지만 순례를 계획한다면 이곳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남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마을에 부정한 일이 생기면 방사탑을 쌓아 나쁜 기운을 막아내는 풍습이 있어왔다. 신산공원에 세워진 방사탑은 4·3 50주년인 1998년에 「제50주년 제주4·3학술·문화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세운 것이다.

당시 추진위는 4·3특별법 제정의 의지를 모아 4·3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4·3진상규명을 위해 방사탑을 건립했다. 하단의 폭 4m 높이 6m 50㎝ 규모로 쌓은 방사탑의 돌멩이 하나하나는 제주 전역에서 희생된 주민들을 상징하고, 한 명 한 명 도민의 뜻을 모은다는 의미에서 1998년 4월 3일부터 18일까지 보름동안 제주섬 전역에서 모아온 돌멩이로 세웠다.

그 후 추진위는 해소되고 다음 해인 1999년, 4·3상설투쟁조직인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가 결성되어 도민들의 끈질긴 노력과 국민들의 지원으로 4·3특별법은 통과되었다. 이 해 12월 4·3특별법 쟁취보고회를 방사탑이 있는 신산공원에서 개최했고 다음해부터 매년 4월1일에 방사탑제가 봉행되고 있다.

방사탑 앞 표지석에 “4·3 50주년을 맞아 부정을 막고, 원혼을 위무하며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4·3해원방사탑을 세운다. 이 탑이 이 고장 제주도에 다시는 죽음의 광풍이 불지 않게 하는 ‘방사의 탑’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조상의 한을 풀어주는 ‘해원의 탑’으로 더불어 살며 평화의 미래를 가꾸는 ‘상생의 탑’으로 역사에 남기를 기원하며 4월 3일 돌을 쌓기 시작하여 4월 18일 탑을 완성하다.”라는 내용의 글은 숙연하게 한다.

올해도 역시 73주년 4·3해원방사탑제가 봉행됐다. 4·3 희생자와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 4·3재심 재판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잘 보살펴 달라”며 남은 4·3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4·3역사문화유적지는 아프고 슬픈 현장이지만 4·3해원방사탑은 완전한 4·3해결과 슬픈 역사를 밝은 미래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의미 있는 4·3유적지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3일, 21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공표했다. 국가의 잘못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고 불법군사재판은 일괄재심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제주도민들의 노력이 깃든 곳이 4·3해원방사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럿이 함께 다니기는 어렵지만 가족이나 친구들 몇이 모여 4·3해원방사탑을 찾아가 보라. 표지석의 내용도 읽어보고 제주 전역의 돌멩이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세운 4·3해원방사탑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보라. 다시는 이 땅에 4·3처럼 슬프고도 끔찍한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영령들께 묵념을 해보라. 발 아래 봄까치꽃들과 제비꽃들도 연대의 눈빛을 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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