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암, 비만과 함께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우울증을 꼽는다. 누구나 일생 동안 한번은 경험하는데 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여성 20%, 남성 10% 정도라고 한다.
우울증은 흔히 스트레스라고 치부해 왔지만 이제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우울감과 의욕 상실, 불면증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환자조차 치명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데 심각성이 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의 70~80% 정도가 우울증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최근만 해도 교수·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중에도 이 병을 이겨내지 못해 종종 목숨을 끊는 사례가 나온다. 의학적 병명은 아니지만 우리가 홧병 또는 울화병이라고 일컫는 것도 일종의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우울증이라 불리는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01만명을 넘어섰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주목할 건 20대 젊은 환자의 비중이 16.8%로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그간 우울증은 고령층에 많이 나타나 노년의 병으로 불렸는데 이제 청춘의 질병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 크다고 한다. 지난해 사회에 진출한 20대가 취업을 못해 인생의 첫 좌절을 맛보며 상실감이 다른 연령대보다 가중됐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무기력과 고립감, 식이장애 등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게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한동안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다 자살 같은 문제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마음의 병이라는 게 그렇듯 속 시원한 치료법은 없다. 다만 우울증은 제때 병원을 찾으면 70∼80%는 증세가 호전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추지 말고 전문가 도움을 받으며 정면으로 맞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정신건강 진료를 꺼린다. 진료 기록은 법상 본인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없는데도 취업문이 좁다 보니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햇볕 아래서 운동·산책을 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라고 조언한다. 몸을 움직여 마음을 다스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면역력을 높이라는 권고도 있다. 그 못지않게 우울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며 심리상담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 서비스 또한 절실한 때다.
함성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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