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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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앓던 이 빠진 것 같다는 속담이 있다. 필자는 최근 이 말을 문자 그대로 경험했다. 바로 앓던 이를 빼내고 그 자리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것이다.

3년 전부터 신경치료를 받던 치아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치과에 정기적으로 가면 두어 달이면 나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을 가다말다 하다가, 나중에는 아플 때만 가다 보니 결국 염증이 턱뼈를 녹이고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자연치아는 살려내기 어려운 상황.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지만, 막상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치과 선생님의 말씀엔 갑자기 확 나이가 든 느낌이었다.

그런데 반전. 발치 한 날 같이 진행한 임플란트 시술은 마취 덕인지 생각보다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사랑니 발치하며 인생 궁극의 고통을 경험해봐서 상대적으로 안 아팠던 것 같기도 하다). 입안에서 온갖 기계들이 돌아가며 굉음을 내고 있었지만, 스타워즈의 우주 비행선 소리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살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니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필자는 몸이 아플 땐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 특히 몇 년씩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앞날이 불투명하던 이십대 시절을 떠올리면 일 년 간 매일 하루에 하나씩 발치를 해도 하나도 안 힘들 것 같다.

발치 및 임플란트 시술은 필자에게 예상치 못한 인생의 깨달음도 주었다. 긴가민가 하는 상황이 지속될 때는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치과의사로 개업해 있는 초등학교 동창을 얼마 전 만났다. 친구는 임플란트 덕에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등의 앞서 말한 필자의 철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필자에게는 그냥 살면서 있는 하나의 웃어넘기는 이벤트 정도인 임플란트 시술이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식이 비용을 듣고는 시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필자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부끄러웠다.

치아는 오복의 하나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음식을 씹고 즐기는 것은 삶의 질을 넘어서 건강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역시 비용의 부담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도 어디서 들은 게 있어 임플란트 시술을 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지 알아보았는데, 대상자가 전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만 65세 이상 환자의 임플란트 시술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었고, 평생 2개까지 지원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려고 검색을 해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제주에서는 매년 예산을 책정해 어르신들의 틀니(75세 이상)의 시술비와 보청기(70세 이상)의 구입비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금액을 넘어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제주가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정부의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는 임플란트 2개에, 제주에서의 지원금으로 임플란트 한두개 정도가 더 추가 가능하면 좋을 것 같다. 틀니와 임플란트의 만족도는 아예 다른 수준이기 때문이다.

곧 가정의 달 5월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며 세상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시절일 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기보다 건강을 챙겨드리는 건 어떨까. 임플란트 시술로 처음엔 나이가 든 것 같았지만, 조금은 어른다워 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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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21-04-22 08:57:20
임플란트를 하면서 느끼는 고통은 상당한데 그 부분을 예전의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이겨내간다는 내용에 공감을 하며 앞으로 살아가며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이겨낼 방법을 찾아서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이 치아로 식사할때 고통스러워하는데 임플란트를 하여 잘 드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