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 풀뿌리 민주주의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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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최근 제주 사회에서 또다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다. 행정구역은 행정기관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의 일정한 구역이다. 당초 중앙정부가 지방을 통치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설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 집권 체제가 확고해진 왕조시대에 제도화됐다.

제주만 하더라도 탐라국이 중앙에 복속되면서 고려시대에는 행정단위가 제주목으로, 14개 촌이 동·서 방향으로 나뉘어 군·현으로 개편됐다.

조선시대 태종 때인 1416년 탄생한 3개의 행정구역은 500년을 이어갔다. 한라산을 경계로 북쪽은 제주목으로, 산남은 양분하면서 동쪽은 정의현, 서쪽은 대정현으로 나누었다.

당시 제주목사 오식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오식은 한라산 북쪽 한 곳에만 관아가 있어 산남 백성들의 불편을 이유로 들었다. 또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틈탄 산남 토착 세력들의 주민 약탈 등 폐단 문제도 제기했다.

194681일에는 제주도제(道制)가 실시, 독자적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위상을 갖게 됐다.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이라는 2개 군이 구성됐다.

1955년에는 제주읍이 제주시로 승격되면서 북제주군에서 분리, 3개 시·군으로 재편됐다. 1981년에는 서귀읍과 중문면을 통합한 서귀포시가 남제주군으로부터 분리, 4개 시·군체제로 변화하게 된다. 이 체제는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경쟁과 협력 속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단초를 마련했다.

20067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제가 폐지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라는 2개 행정시 체제로 변화하게 된다. 행정구역만 놓고 보면 1946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제주시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개편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7년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4개 구역으로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제주시(제주시 동지역), 동제주시(조천~남원), 서제주시(애월~안덕), 서귀포시(서귀포시 동지역)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권역이 화두로 떠올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9일 실시한 토론회에서도 주민 편익과 인구 비중, 선거구 등을 고려한 3개 권역 조정 의견이 제시됐다. 관건은 도민 공감대이다. 2017년 당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도민 선호도 조사 결과 현행 체제 유지’(55.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서귀포-북제주-남제주 4개 권역’(22.1%), ‘제주-서귀포-동제주-서제주 4개 권역’(11.3%), ‘서귀포시-제주시 2개 권역(동제주·서제주)’(10.6%) 순이었다.

또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 구역을 조정하는 게 실익이 있느냐이다. 주민의 행정 참여도를 높일 풀뿌리 민주주의가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 조정에 앞서 기초 자치권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시행하기에는 촉박한 상황이다. 2017년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 이어 2021년 제주도의회도 선거를 1년여 앞두고 논란만 부추길 우려가 커진다.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고 공론화의 장을 마련한 후 새로운 도정과 도의회에서 임기 초반 해법을 찾는 게 순리일 듯싶다.

제주도와 행정시 또는 기초단체의 권한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비롯해 행정구역 조정, 읍면동 광역화와 대동제(大洞制) 등도 따져봐야 한다.

제주의 미래를 설계할 행정체계 개편과 행정구역 조정은 행정의 입장이 아니라 자치를 꿈꾸는 도민의 눈높이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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