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인가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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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발표한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논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하지만 남편은 쓰레기 분리수거조차도 가끔 도와주는 간 큰 남자다. 퇴근하여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마칠 즘이면 남편이 커피 한 잔만! 하고 외친다. 그러면 나는 마른빨래를 남편이 누워있는 소파 앞에 쌓아 놓는다. 그러고는 집안일을 왜 안도와주냐? 나도 회사 일로 피곤하다며 이기적이라고 삼십 년을 바가지 긁고 있다.

남편은 매일 아침 걷기 위해 애를 쓴다. 혹시 모를 다리 상처를 살피고 치료를 하고, 속 양말을 두세 겹 챙겨 신고 그 위에 보조기를 두세 번 동여매고 나서야 걸을 수 있다. 나는 잠결에도 가능한 걸음을 남편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의 삶 속에서 내가 그의 심부름을 얼마나 많이 해주었건, 그가 집안일을 얼마나 하건, 셈하여 보면 수고의 값은 내가 훨씬 적은 것이다. 남편과 나 사이에 더 이기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사람은 ‘나’라는 묘한 결론에 도달해버린다.

우리나라도 장애인 지원 방안들이 하나둘 법제화되고 정책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는 현장에서는 비장애인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장애인시설 사무국장으로서 우리가 만든 제품을 홍보하다가 “장애인이면 다 되는 세상이에요”라며 빈정대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장애인 지원을 해야만 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우리라는 점을 알고 이해했으면 한다.

우리는 옆집 애가 장애인복지관에 다녀왔다는 소문만 듣고도 그 애가 5살이건 7살이건 상관없이 “부족하다며” “불쌍하네!” “부모는 참 힘들겠다!”는 소리를 했거나 혹은 교양이 있어 마음속으로 했다. 상황을 바꿔보자! 여러분이 사회에 처음 나와 신입사원이었을 때 일이 서툴러 버벅거렸을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동료는 그의 능력을 믿고 일을 알려주고 기다리며, 서툰 일조차도 가치를 인정해준다. 만일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가치가 아닌 버벅대는 현재의 모습만을 평가하고 “저 신입직원 부족하다며” “불쌍하네!” “저 신입직원 부모는 참 힘들겠다!”라 하는 소리를 했다면 여러분은 분명 분개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도 여러분의 평가절하는 분개할 일임에도 우리는 차별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장애인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가치의 기준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능력을 한계 짓고 판단하는 잘못을 우리는 늘 해오고 있지 않은가? 비장애인이 역차별이라며 억울해하는 장애인 특혜는 장애인의 가치를 자신과 동등하게 여기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장애인의 달에 나는 장애인이 특혜를 받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공정한 세상이라 정의해 본다. 우리는 계단을 걸어 올라갈 수 있고, 자막이 없어도 드라마를 볼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나의 요구를 주장할 수 있다. 우리끼리만 누리는 게 너무 많기에 공정해지려고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간격을 메워가고 있는 것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4월을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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