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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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내일이면 오월의 초입이다. 연둣빛 새순이 녹음으로 번져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금아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요,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 같다”고 노래했다.

국어학자 이희승은 “오월은 바다와 함께 퍼득인다. 오월은 하늘과 함께 즐펀하다”고 그 생동감을 그렸다. 수필가 이양하도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무궁무진하지만, 그 혜택이 가장 풍성하고 아름답게 빛날 때가 5월의 신록이라고 예찬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어트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한 것과 달리 5월은 훈기가 돌고 희망이 가득한 달로 작가들이 다투어 묘사한다. 웃으며 떠들고, 재잘대며 수군거리는 즐거운 5월이다.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라 하는가 보다.

▲사람들도 갖가지 기념일을 5월에 엮어 놓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며칠 간격으로 줄잇는다. 그 외의 행사도 많다. 유권자의 날, 석가탄신일, 바다의 날, 입양의 날 등 다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봄의 절정인 5월은 ‘웨딩의 계절’이기도 하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의 결혼까지 챙기다 보면 쉴 날이 없다. 지출 항목이 크게 늘어 어찌 보면 돈 드는 달이다. 허리가 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기다.

우울증이 많은 달도 5월이라고 한다. 봄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기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5·16과 5·17, 5·18로 이어진 현대사의 격변기도 5월이다. 계절의 여왕답게 온갖 축제와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게 5월이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마음이 편치 않다. 코로나19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여럿이 만나는 것보다 비대면으로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보내는 세태로 바뀌고 있다.

지자체나 기관·단체가 매년 해오던 어린이날 기념행사가 올해도 취소됐다. 나들이를 대신해 인터넷을 통한 선물 구입이 대세란다. 어버이날을 앞둬 고향에 다녀오기도 조심스럽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가정의 달 5월이 더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누가 뭐래도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물심양면으로 비타민이 돼주는 게 가족이다. 신록이 푸르러가는 만큼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새기게 되는 5월이길 소망한다. 가정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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