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 전 ‘불의 숨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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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미공개 구간 공개
생성 시기·장소·환경 따라 가지각색 특징 이뤄내
벵뒤굴 미공개 구간 설명하는 기진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사.
벵뒤굴 미공개 구간 설명하는 기진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사.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통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겨우 들어간 동굴 안에 1만년의 역사가 펼쳐졌다.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은 지난 4일 세계자연축전을 150일 앞두고 도내 언론을 대상으로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미공개 동굴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벵뒤굴이다.

벵뒤굴은 거문오름에서 시작된 용암이 흐르면서 가장 먼저 생성됐다. 입구만 23개에 달하고 천장과 바닥 사이 공간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벵뒤굴은 지표 위에 용암이 흘러가며 생성된 굴이라 지상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동굴 내부를 살펴보니 동굴의 윗부분과 양쪽 벽이 무너진 일부 구간은 돌다리를 연상시키는 용암교가 형성돼 있었다.

 

벵뒤굴 용암교를 뒤로하고 초록빛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철문으로 막아놓은 세 번째 입구가 나타났다. 벵뒤굴 비공개 구간이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어두운 동굴 안에서 하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동행한 기진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사는 동굴벽에 하얀색을 띄는 모습은 습한 동굴에 미생물, 박테리아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짝거리는 동굴의 벽면을 따라 걷다가 시선을 옮겨보니 동물의 혓바닥 모양으로 돌과 흙을 쌓아올린 듯한 길이 나타났다.

1만년 전 용암이 흘렀던 자국이 굳은 것이라고 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에 또 다시 감탄하는 와중에 기 학예사가 잠시 헤드랜턴을 끄라는 신호를 보냈다.

불빛이 하나 둘 꺼지자 모든 빛을 흡수 한 것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깜깜한 어둠이다. 깊은 동굴 내부에는 어떠한 빛도 없다.

낮은 동굴 천장에 수차례 머리를 부딪히고, 수십 번 발을 헛딛고 나서야 한 줄기 빛을 따라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마주한 자연의 경이로움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아름다웠다.

김녕굴 내부 모습.
김녕굴 내부 모습.

벵뒤굴 밖을 나온 뒤 김녕굴로 향했다.

높이가 20미터 가까이 돼 거대한 터널과 같은 김녕굴 안에는 부드러운 모래가 쌓여있었다. 이 모래들은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불었을 때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했다.

큰 뱀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김녕 뱀굴로도 알려져 있는 김녕굴은 보존 문제로 1990년대 초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다.

만장굴 내부 모습.
만장굴 내부 모습.

부드럽게 밟히는 모래의 감촉을 기억하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만장굴이었다.

만장굴은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제주 대표 관광지이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구간은 전체 7.2km 1km 정도다.

출입이 금지된 입구로 들어서자 웅장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동굴 안에 용암이 벽면에 달라붙어 만들어진 독특한 용암선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장굴의 공개된 구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날 방문한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비공개 구간은 자연 그대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일반인의 방문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유산축전 기간에 사전신청 인원을 대상으로 미공개 구간 탐방 행사를 진행한다.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세계유산축전사무국이 주관하는 ‘2021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오는 101일부터 17일까지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에서 열린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오는 6월부터 사전신청을 받아 제주 용암동굴 비공개 구간의 탐방 기회를 제공한 뒤 보존을 위해 다시 통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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