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2만 3000여 점에 이르는 미술품 기증 등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특히 미술품 기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우울한 나날에 들려온 훈훈한 소식이다. 이번 기증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기업가 개인의 평생의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또 세계 유명 기업의 총수라는 점에서도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만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타국의 문화 인프라를 부러워만 하지 않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을 겨냥하여 늘 자신의 조국에서 그것에 버금가는 미술관을 꿈꾸었고 오로지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 열정으로 엄청난 명작들을 수집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유명 걸작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였다.
삼성가 유족의 국내 기증 결정으로 겸재, 단원, 고려불화 등 국내의 국보와 보물들,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샤갈, 달리 등 세계미술의 거장들의 작품과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등 국내 화가의 걸작들을 우리나라 몇몇 미술관이 소장하게 되었다.
이번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소장 작품들을 서울에 국한하지 않고 지방의 공립 미술관에도 기증한 방식이다. 작가미술관인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과 양구 박수근 미술관도 해당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았다. 이중섭 미술관은 유화, 은지화, 엽서화 등 12점을 기증받아 원화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개인의 기증으로 문을 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은 피츠버그 출신 금융인 드류 W. 맬론의 미술품 기증으로 설립되었다. 1937년경, 맬론은 평생 수집한 작품을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명 미술관에서 구입한 얀 반 에이크, 보티첼리, 티치아노, 렘브란트 등의 작품들을 기증하였다. 그 후 맬론의 기증은 사무엘 H. 크레스, 조셉 와이드너, 알리사 맬론 브루스, 레슬링 J. 로센왈드, 버니스 크라이슬러 가비치 등 여러 컬렉터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기메 아시아 미술관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동양 미술관 중 하나이다. 이 미술관은 리옹의 사업가이자 동양 연구에 조예가 깊었던 에밀 E. 기메가 개인 소장품을 모아 1878년에 설립하였으며, 이후 기메 아시아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로 옮겨와 국립미술관이 되었다.
프랑스에 있는 마티스 미술관은 마티스가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했던 프랑스 니스에 수십여 점을 기증하면서 설립되었다. 그 후 마티스의 부인과 마티스의 상속인들의 지속적인 기증에 의해서, 또 그것에 감명받은 같은 고향 출신 추상화가 오귀스트 에르뱅과 한 컬렉터가 뤼시니 작품을 기증하면서 동향 출신 세 명의 작가가 모인 마티스 미술관이 탄생하였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개인 컬렉터나 기업들이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증은 컬렉터의 자긍심과 세제 혜택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컬렉터들은 자신의 국가 문화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그런 컬렉터나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다 사회적으로는 대중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미술품 기증은 예술이 왜 사회적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하고,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