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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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태양을 정면으로 오래 보다가는 시력을 잃기가 쉽다.

사막에서 낙타는 태양을 마주 보며 더위를 이긴다고 한다.

태양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면 얼굴 부위는 비록 뜨겁지만 몸통 부위에는 그늘이 져 사막의 더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낙타가 아니다.

생물에게는 태양 빛이 꼭 필요하지만 그늘도 있는 법이다.

24시간 태양 빛에 노출되면 생물들은 살기가 힘들어진다.

잠도 자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경기도의 한 농민이 철도역의 야간조명으로 들깨와 콩의 수확량이 각 85%19%가 줄었다며 한국철도공사에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철도공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중앙환경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다. 중앙조정위는 인공조명이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된다며 한국철도공사는 77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식물도 잠을 자야 하는데 낮에는 태양 빛이, 밤에는 야간조명이 잠을 방해해 생육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이다.

나무는 사람보다 나은 면이 있다. 사람보다도 훨씬 빨리 키가 큰다.

쭉쭉 하늘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사람은 많이 먹으면 많이 싸지만 나무는 그런 것도 없다.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런 효자가 따로 없다.

나무는 생육에 빛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소음에도 반응할까.

나무에게는 사실 귀가 없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소음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연구원들이 뉴멕시코주 천연가스정 주변에서 식물의 소음 피해를 연구한 적이 있다. 이곳에는 채굴한 가스를 압축하는 장치가 24시간 가동되고 소음도는 철도 변 수준인 100데시벨에 이른다.

연구원들은 이곳에 심어진 어린 피니언 소나무의 수가 다른 곳에 비해 75% 정도 적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새 어치 때문이다. 어치는 해마다 겨울나기를 위해 수천 개의 소나무 열매를 땅에 묻는다. 어치가 열매를 묻은 곳을 잊어버리면서 열매가 소나무로 자란다.

그런데 소음 때문에 어치가 찾아오지 않으면서 열매를 묻는 일이 사라지고 소나무는 자손을 이어가는 데 치명타를 입게 된 것.

비록 나무에게는 귀가 없지만 생태계의 구성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처럼 과도한 빛이나 소음이 생태계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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