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하지 않으니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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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고는 남과 비교하면 상대이나, 최고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삶의 방식은 절대이다.

내 밖의 다른 것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타유(他由)의 정신이 아닌, 오로지 나이기에, 그리고 나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자유(自由)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미래야말로 으뜸이며, 혹 으뜸이 아니라도 으뜸이다.

꼭 지위가 높아서는 아니다. 지위는 단지 삶의 과정에 잠시 가졌다가 놓을 역할일 뿐이다. 역할을 왜곡하여 억지로 수행하면 그 지위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큰 집에서 살 게 되고, 저절로(스스로) 그러함 대로 수행하면 뭇사람의 추앙을 받게 될 것이다.

높은 지위에 앉았다고, 기존의 질서를 멋대로 고쳐서 마르고달도록 누리려고 하는 것은 저절로 그러한 자연에 순응하는 정신이 아니다.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고, 오로지 저절로 그러하기 때문에, 저절로 그러함 대로 사는 사람의 미래야말로 최고이며, 혹 최고가 아니라도 최고이다.

억지로 하려 들면 이룰 수 없으나, 의도하지 않고 그저 해야 하기에 하면 이룰 수 있다.

테니스를 칠 때면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힘을 빼라.” 억지로 상대를 향해 힘껏 치면, 네트를 못 넘기거나, 코트 밖으로 멀리 쳐, 상대보다 내 스스로가 먼저 무너지기 마련이다.

오래전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적이 있다. 교육이 끝나는 마지막 날, 그날은 바람이 약간 불었지만 수면 위는 그런대로 잔잔한 편이었다. 그러나 바닷속에는 세찬 조류가 흘렀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조류를 거슬러 가려고 했지만, 곧바로 거슬러 갈 수 없는 위험한 상황임을 알고, 흐름을 따라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 빠져나온 적이 있다.

스스로 그러함에 맞서서는 안 된다. 이것이 자연이다. 감히 인간 따위가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원리를 거스를 수가 있겠는가?

어쩌다 인간 세상에서 높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고 해도, 저절로 그러함인 자연 앞에서는 무력한 것이 인간이며, 누구나 그 자연을 따라야 한다.

공개적이며 정의로운 것을 따르는 것이 스스로 그러함이니, 온갖 핑계를 들어 억지로 하거나 몰래 한다면, 그들의 앞날에는 오직 재앙이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고, 좀 더 높은 지위에 앉고 싶어 한다. 많은 것을 갖거나 높은 지위에 앉고자 한다면, 그 지위에 상응할 만큼 노력하여야 하며, 노력하여 얻고 앉는 것이 저절로 그러함이거늘,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많은 것을 갖고 높은 지위에 앉으려고 교묘한 방법으로 남의 눈을 가려 취하는 것은 억지이며 스스로 그러함이 아니다. 설령 잠시 사람을 속일 수는 있을지라도, 스스로는 속일 수 없고, 종국에 가서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면,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갖지 않은 것만 못하다.

나라님이 되어, 한때 모든 이의 위에 군림하던 사람도, 그것이 저절로 그러함이 아니었기에, 독방에 갇혀 영어(囹圄)의 몸이 된 사람이 얼마나 있었으며, 또 얼마나 있으려나.

판단력이 있으면 누구나 알만한 것조차 모를 만큼 무능하고, 정의로운 구석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권력의 주위에 있다는 이유로 의원 나리가 되고, 부모를 잘 만났다고 없는 능력을 부여받는 사회가 내내 지속되는 것이 자연일 리는 없다.

의도하지 않고 단지 옳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최고의 지위에 오르는 사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아직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당당한 미래의 최고에게 훗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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