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feminism)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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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 그럼 정말 마지막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결혼식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회자가 하객들이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을 읽어서일까? 정말 마지막을 강조하는 멘트를 한다. 사회자 멘트가 끝나자마자 신랑 친구들이 뒤쪽에 일렬종대로 서 있다가 장미 한 송이씩을 신부에게 바치기 시작한다. 근데 신랑에게는 한 송이도 주지 않아 너무 섭섭하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맨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꽃다발 한 아름을 안고 오더니 신랑에게 바친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여성 상위 시대라 하지만 한 집안을 책임질 가장이 될 사람에게 그렇게 홀대할 수야 없지.’ 하고 쾌재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이게 어인 일인가? 신랑이 무릎을 꿇으며 받은 꽃다발을 몽땅 신부에게 바치는 게 아닌가?

수수꽃다리가 흐드러진 봄날 어느 결혼식장에서 목격한 단상이다.

전통적인 격식에서 좀 벗어났으나 순조로웠던 그 결혼식 마지막 이벤트가 중장년세대들에게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편적 사회 통념을 뛰어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었다. 부성주의 원칙을 폐지하기로 하고 부모가 협의해 자녀 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이다. 전 국민에게 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가족 개념이 바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가히 5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관습과 관행을 무너뜨리는 혁명이라 할만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혈연 혈족의 시대가 가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부계 전통을 대표하는 집성촌이나 종친회도 무의미해지고 부부가 합의한다면 한 가정에서 자녀들이 다른 성을 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를 잇는 것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가능이나 한 일일까?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은 씁쓸한 느낌이 들기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여성차별시대를 목격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살아가는 시대이다. 그러니 조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거대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타지 않겠다면 죽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신록의 계절 오월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이 밤 여성 우선주의가 도래하였음을 암시하는 촌철살인의 결혼식 이벤트가 생각나는 것은 어인 일일까?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 모든 것을 디지털기기로 무장한 MZ세대에게 족보니 종친회니 하는 따위는 더이상 필요 없을 듯하다. 섭리에 거스름이 없는 자연처럼 사람들 세상도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씁쓸했지만 그날 결혼식 마지막 이벤트는 이벤트다웠다. 마지막 꽃다발마저 여성을 위해 바쳐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오월이 가기 전에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드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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