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꽃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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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시인·수필가

! 이거 꽃대 아니에요?”

글쎄요. 뿌리가 화분 밖으로 삐져나온 것 같은데요. 호접란은 지난번에 다 졌는데 다시 생길 리가 없지요.”

석 달 전에 거실에서 키우던 호접란에서 여러 개의 뿌리와 한 개의 조금 달라 보이는 뿌리가 생겨났다. 유심히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집사람에게 여쭤 보았다. 어쨌든 시간이 사실을 보여줄 것이니까 기다려 보기로 했다.

나는 호접란을 좋아한다. 나비가 떼 지어 윤무를 그리며 날아드는 자태들이 3달 정도 그 화사한 몸매를 싱그럽게 간직하며 미소를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중 우리 집엔 호접란이 한두 분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호접란이 꽃을 떨구면 그냥 버렸는데 이번에는 그냥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보니 져버린 호접란을 집에서 계속 키우면서 꽃을 피우고 있는 동영상이 있어서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접란에 대한 오래된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다. 친구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친구들과 집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거의 20여 년 전의 일이다. 마트 화원에서 아주 잎이 충실하고 꽃이 진보라로 빛나다 못해 영롱해 보이는 호접란이 있어 구입했다. 친구 가족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났다. 친구는 그 호접란이 아직도 싱싱하게 꽃을 달고 있다면서 무척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또 6개월쯤 지났다. 이번에는 친구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너무도 싱싱하게 시들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 자세히 살펴보니 조화였다고 한다. 나도 우리 친구들도 모두 크게 놀랐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의 무딘 시력이, 아니면 너무도 정교한 제작 기법이. 또 두 해 가까이 물을 꾸준히 주어왔다니 조금 서글퍼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친구는 아마 쓸데없는 물과 노력의 낭비, 아니면 믿음에 대한 배신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생화라고 생각해서 구입한 우리의 잘못이 가장 클 것이다. 살 때 여러 생화들 가운데 비슷한 호접란들이 있었으니, 당연히 생화라 생각하고 물어 보지도 않았었다.

호접란(胡蝶蘭·Phaelenopsis)은 난초과의 착생식물이다. 학명 팔레놉시스는 Phalaina(나비)라는 뜻과 Opsis(같다)의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꽃의 형태가 마치 나비와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유래되었다. 꽃이 아름답고 최근 공기정화기능이 알려지면서 실내 분화용으로 주로 이용되며 선물용으로 많이 쓰이다. 꽃말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니, 애정과 행복이 날아오는 모습을 호접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야간에 CO2를 제거해주는 고마운 공기정화실물로 알려져 주로 침실에 놓여져 쓰이고 있고, 미니종들도 나오면서 벽면부착용 등 용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실내에 광선이 웬만큼 들어오는 곳이면 어디든 잘 견딘다.

우리 집 호접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초록 꽃대에서 작은 꽃눈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 그 황금색 호접을 활짝 펴기 시작했다. 구입했던 화분에선 두 개의 꽃대에서 조금씩 꽃이 피었으나, 이번에는 하나의 꽃대에서 30여 개의 꽃들을 피워댔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화분에서도 분홍색 꽃들이 개화했다. 이제 거실이 아르답고 화사한 호접실로 변모하고 있다. 용도 폐기됐다고 많이 노쇠했다고 쉬이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호접란은 나에게 손짓하며 말하는 듯하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더 화려하게 더 아름답게 사랑과 행복을 담고 날아오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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