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고등교육 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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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첫 교육부총리 인선이 난항을 거듭하다가 뒤늦게 결정되었다. 인선이 난항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교육의 현 실정과 그 개혁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교육, 특히 고등교육은 광복 후 거의 황무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면서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한 번도 못 하고 그저 땜질만 해 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세시대까지 우리 민족사회는 높은 문화수준을 가졌으나 근대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불행하게도 남의 강제지배를 받게 되었고, 그 기간 우민정책이 강행되었기 때문에 광복 후에는 고등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높은 교육열이 민족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어려운 문제들을 낳기도 했다. 지금은 공교육이 무너져가고 대학 교육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심각하다.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말하는데, 40년 가까운 현장 경험을 근거로 몇 가지 개혁방향을 짚어 볼까 한다.

첫째,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등록금 차이를 없애고 국고보조금도 국립.사립 구분 없이 학생 수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국립대학 등록금을 싸게 했지만, 지금은 가난한 학생이 거의 국립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 국립대학에 들어가는 넉넉한 사람들을 혈세로 도와주는 상황이 되었다 해도 잘못된 말이 아니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같게 하고, 국고 보조 역시 국립.사립 차이 없이 학생 수대로 해야 한다. 국립대학생도 사립대학생도 국민이기는 마찬가지다.

둘째, 대학 정원과 모집방법을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때 대학 통제를 위해 시작된 수능시험은 대학을 완전히 서열화해서 심각한 대학 불균등과 교육 불균형을 가져왔다. 정원과 모집방법을 자율화하고 국립.사립대학 등록금을 같게 하고 국고 보조를 학생 수대로 해야 대학 서열화가 깨진다. 또 경쟁률이 심한 대학과 학생 확보가 어려운 대학의 차이도 없어지게 된다. 일부 악덕 ‘교주’들이 마구 뽑아 치부하던 시절에는 공권력의 간섭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교수와 학생, 시민단체 등 사회 일반의 감시기능이 높아져서 그럴 염려가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

셋째, 대학의 모집방법을 자율화하고 다양화해서 고등학교를 대학입시 준비기관만의 성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대학입시 준비야 공교육기관보다 전문학원이 더 잘할 수 있고 따라서 공교육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수능시험 같은 것이 없어지고 예를 들어 수학은 좀 약해도 문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이면 문과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대학 자율의 입시제도가 되면, 고등학교가 대학입시 준비기관만이 되는 폐단이 줄어들게 된다.

넷째,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의 대우 차이를 줄여야 한다. 수업시간을 비슷하게 하고 보수 차이도 가능한 한 좁혀야 한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교사로 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등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대학입시 준비기관만의 기능에서 벗어나게 되며, 따라서 공교육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모르긴 해도 대학 교수와 고등학교 교사의 대우 차이가 이렇게 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다섯째, 대학 정원과 모집방법까지 쥐고 있는 교육부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 작은 예를 들어보자. 정부의 사립대학에 대한 보조가 대학 전체 예산의 1%에도 못 미치면서 대학교육협의회란 데를 시켜 대학 평가를 하는데, 장학금 지급액이 등록금 수입의 10% 이상 되고 받는 학생이 30% 이상 되어야 좋은 평가를 해준다. 장학금액만 높이라 하면 됐지 받는 학생 수까지 높이라 하면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금액이 적어져 효력이 감소하게 마련이
다. 세상에 이런 시시콜콜한 간섭까지 하는 정부가 또 있을까? 그래서 교육부 폐지론이 나오는 것 같지만, 어떻든 노무현 정부의 개혁의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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