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취임 100일> ②통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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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식 CEO리더십 시험대..타협의 리더십 요구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간 보여준 통치스타일은 한마디로 `CEO형 리더십'이다.

기존 정치판을 지배하던 진보와 보수의 이념구도를 과감하게 뿌리치면서 철저하게 일과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지휘, 운영하는 방식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기업경영자의 모습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이런 리더십이 `샐러리맨 신화'와 `청계천 신화'에 이어 국가경영에도 성공신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새 정부 출범 3개월여 지난 현재로선 `물음표'로 남아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말 취임 직후부터 역대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통치스타일을 선보였다.

우선 국정 곳곳에 실용주의 색채를 강화했다. 회의 문화를 기존 보고 중심에서 토론 중심으로 바꾸고 국무회의장 내 직사각형 테이블도 토론이 용이하도록 타원형으로 교체했으며, 회의 때마다 "어떤 일을 할 때 창의적이냐, 실용적이냐 하는 두가지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 모두 실용을 강조한 셈이다.

실용주의 잣대는 경제는 물론 외교와 대북문제에도 적용됐다.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3월 11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못 만날 일이 뭐가 있느냐.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4월 29일 7대종단 대표 오찬간담회)는 발언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달 27~30일 중국 국빈 방문중 당초 예정에 없이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쓰촨(四川)성을 전격 방문한 것도 `형식'보다는 몸으로 실천하는 리더십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격식 파괴 또한 이 대통령이 보인 새로운 리더십이다. 취임후 첫 국경일 행사였던 3.1절 기념식과 육군사관학교 임관식 등 공식 행사에서 과거 단상에 따로 대통령 테이블을 배치하던 것을 치우게 하고 그 공간을 행사 주인공에게 내주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직자는 무릇 국민을 섬기는 머슴과 같아야 한다는 이른바 `머슴론'에 기반한 것이다.

아울러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입안되고 취임 한달만에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끝내는 등 국정운영에 `가속페달'을 밟은 것은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업무 처리방식을 실감케 했다.

특히 업무보고에서는 `철밥통'으로 비유되는 공직사회에 질책의 목소리를 높이며 집권초 기강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재정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은 떨어진다고 해도 여러분에게 오는 것은 뭐냐. 그냥 출퇴근하면 된다"면서 "국민이 일자리가 없고 서민이 힘들어 할 때 공직자들은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느냐"고 반문해 공무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는 "외교부가 지난 기간에 한 것에 대해 불만이 좀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고 일갈했으며, 지식경제부에서는 최근 유가 급등에 언급, "미리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국가경제에 큰 죄를 지은 것"이라고 질타하는 등 대부분의 부처에서 공직사회의 관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3월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이 발생하자 직접 관할 경찰서를 찾아 "일선 경찰이 너무 해이해 있다"고 지적한 뒤 "사건만 생기면 피해를 입고 사후약방문으로 처리한다"면서 "일선 경찰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뛰어나왔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이 대통령이 경찰을 직접 찾아 호된 질책을 한 지 몇시간 만에 범인이 검거되자 국민들의 찬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용'과 `속도'를 강조하는 이런 CEO형 리더십은 집권 100일도 되지 않아 위기를 맞고 있다.

취임 초기 이른바 언론과의 `허니문'은 실종됐고, 청와대 및 내각 인사 파문을 시작으로 악화일로의 대내외 경제환경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0%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CEO와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차이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고 있다.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업조직과는 달리 국가경영은 국민여론을 살피고 설득하면서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만 이뤄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실적 지상주의'가 또다른 국정과제인 `국민화합'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탈(脫) 여의도 정치'를 내걸고 기존의 정치권을 외면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 것은 야당은 물론 여권의 협력을 얻는 데도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민심이반을 가속화한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취임 직후 청와대 직원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사무실 책상의 칸막이을 낮추고 경제인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핫라인(Hot line)을 개설했던 것처럼 국민과 정치권과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독선과 독단'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내놓고 있다.

`국민정서법'을 위반했다는 이른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맥) 인사에서 출발해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드러난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까지 `리더'보다는 `보스'에 가까운 이 대통령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업무에 있어서는 `속도'를 강조하면서 인사에 있어서는 매번 과단성을 발휘하지 못한채 벼랑끝에 몰려서야 여론에 떼밀려 최종 결심을 하는 모습은 국민을 지치게 했다는 일부 지적도 받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습이 빠르기로 유명한 이 대통령이 취임 석달 열흘을 넘기고 CEO형 리더십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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