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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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오 물 좀 주소/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놀리면서 밖에 보내리//…(중략)…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오 물 좀 주소/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1970년대 저항음악의 신화로 남아 있는 가수 한대수의 ‘물 좀 주소’다. 박정희 정권의 대중음악 탄압으로 발표한 곡 모두 금지곡이 됐던 한대수는 ‘행복의 나라’를 꿈꿨던 싱어송라이터.

사랑과 자유를 갈망했던 ‘물 좀 주소’는 1974년 그의 첫 앨범에 수록된 노래로 물을 갈구하는 내용이고, 당시 억압받던 사회를 향한 그의 목소리는 절망과 좌절을 뛰어넘는 호소력을 담아냈다.

이 노래로 그는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로 노래를 버리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훗날 밝혀졌지만 ‘물 좀 주소’는 중앙정보부가 자행했던 물 고문이 연상돼 금지곡 지정이라는 철퇴를 맞았다는 후문도 있다. 이래저래 물의 수난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제11회 ‘물의 날’. 더욱이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 뭇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가기를 좋아한다(處衆人之所惡)”

‘上善若水(상선약수.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노자 도덕경의 한 구절이다. 이 도덕경에서 물은 다투지 않으니 허물도 적도 없다는 논리와 자유로운 물의 적응력의 이치를 알게 해 준다. 옛 성현의 글이 아니라도 우리 조상들의 물에 대한 생각은 지극했다.

고산 윤선도의 유명한 오우가(五友歌)의 한 수도 물을 벗 삼아 쓴 것이다.
“구름빛이 조타(좋다)하나 검기를 자로(자주)한다/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많구나)/조코도 그츨 뉘(그츨 때가)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

성정이 맑고 깨끗함이 다섯가지 벗 ‘水石松竹月(수석송죽월)’ 중 물이 으뜸이며, 물의 영원함을 노래하고 있다.

더 가까이 과거 제주 여인들은 물허벅을 지고 용천수를 찾아 물을 실어 날랐다. 오죽하면 물허벅의 괴로운 행군을 “곱추같이 굽고 다녀야 하니 메추라기.고니같이 관절이 괴롭다”라고 했을까.

물허벅으로 시작된 제주의 송수 역사가 간이 수도.상수도 사업.지하수 개발.담수화 작업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도시화와 각종 개발사업으로 위협받는 지하수와 함께 해안으로 유출되는 용천수와 지표수의 증가 등으로 제주의 물도 위협받고 있다.

오늘 물의 날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 놓고 마실 물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2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물을 물 쓰듯 하다 정말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오” 하는 때가 오는 것은 아닌지. 물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고, 물 사랑 물 절약을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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